매일신문

[사설] 보안시설 관리에 구멍 뚫린 신한울원전 공사장

울진군 북면의 신한울원전 1, 2호기 공사 현장에서 시공업체 간부가 자재 일부를 빼돌려 고물상에 팔아넘긴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절도 사건은 건축 공사장이라면 흔하게 벌어지는 유형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범행 장소가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국가보안시설, 나아가 원전이라는 특수한 공사 현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울원전 공사를 맡은 대기업 건설사의 하청업체 부장급 간부가 구리 스크랩, 부품 등을 일부 빼돌려 고물상에 넘기고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간부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하청업체 간부가 현장에서 쓰고 남은 폐기 대상 자재를 공동수거 후 일괄처리하지 않고, 몰래 조금씩 빼돌려 밀반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수원 측은 유출 자재량이 그리 많지 않고 공사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경찰 고발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수원 측은 예전부터 공사현장에 사건'사고가 나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면서 자체 해결하려는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했다. 과거의 관행대로라면 이번에도 원청업체에 사건 무마를 요구하며 조용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한수원의 처리 태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보안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데 있다. 하청업체 간부 한 명이 원전 공사 현장에서 마음먹은 대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면 한수원이 제대로 보안관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월성'고리원전 설계도가 인터넷에 유출돼 국가적으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울진의 시민단체들이 원전의 허술한 관리는 곧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전반에 대한 완벽한 관리'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자그마한 절도 사건이라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원전은 한 치의 허점만 드러나도 국민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시설인 만큼 보안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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