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世事萬語] 금보다 비싼 무기

요즘 국가들은 '돈'으로 싸운다. 점입가경 군비 경쟁 때문에 첨단 무기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가장 비싼 무기는 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다. 생김새 때문에 '검은 가오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B-2는 은밀히 목표지점 상공까지 날아들어 핵폭탄을 포함해 23t의 폭탄을 쏟아부을 수 있다.

B-2는 금보다 비싼 무기라고 불린다. '나무위키'(https://namu.wiki)에 따르면 1997년 기준 B-2의 납품가는 7억3천만달러로 당시 같은 무게(45t)의 국제 금값(5억2천500만달러)을 웃돌았다. 돈 많은 미국 정부도 당초 B-2를 133대 운용하려다가 21대밖에 발주하지 못했다. 비행할 때는 매시간 13만5천달러의 유지비가 들고 지상에 있을 때도 스텔스 도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격납고에 보관되는 '귀하신 몸'이다.

미국의 전투기 F-22랩터도 경악스러울만큼 비싸다. 현존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랩터는 미 공군의 종전 주력기인 F-15, F-16등과 팀을 나눠 모의공중전을 벌인 결과 랩터가 속한 팀이 241대 2의 완승을 기록했다.

물론 F-22랩터는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극강의 전투력 때문에 "현재로서는 외계인이 쳐들어오지 않는 한 쓸모가 없다"라는 소리마저 듣는 랩터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과 유지비이다. 미 공군 납품가가 대당 1억5천만달러에 이르며, 비행 1시간에 드는 비용이 4만4천달러나 된다.

미국 정부는 원래 700여 대를 발주할 계획이었지만 너무 비싼 가격과 유지비 때문에 187대만 제작을 의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긴장 고조 상황에서 한반도가 이 비싼 무기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이미 미국은 F-22랩터 4대를 우리나라 상공에 띄운 데 이어 3월에 진행될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B-2와 핵 항공모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배치가 논의되고 있는 사드(THAAD)의 가격도 엄청나서 한 기에 2조~3조원이 들고 미사일 한 발 가격도 11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안 그래도 군사비가 과중해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군축해도 모자랄 판에 북한 김정은의 무모한 핵 도발이 동북아 군비 증강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군비 증강의 소용돌이가 동북아에 몰아닥친다면 결국 군수업자들만 뒤에서 표정을 관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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