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언론 세미나 참석을 위해 도쿄에 갔을 때다. 주최 측인 일본신문협회가 만찬을 준비했는데 장소는 긴자(銀座)의 100년 넘은 튀김집이었다. 소문난 튀김집인 만큼 가격도 만만찮았다. 다다미가 깔린 넓은 방 한쪽에 화로를 놓고 요리사가 직접 갖가지 재료를 튀겨 금방 내주었는데 맛은 둘째치고 요리에 대한 빈틈없는 정성과 자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이 깊었다.
요즘 '먹방'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음식 프로그램이 TV와 인터넷을 온통 점령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방송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맛을 낸다는 음식점을 찾아가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눈여겨보는 편이다. 굳이 찾아가 사 먹을 만큼 부지런하지도, 여유도 없지만 그 흔한 국수나 국밥, 통닭 튀김 등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음식점 주인의 고집과 자존심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취향과 기호가 다르다. 그러나 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자세와 정성만큼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무딘 혀를 가졌어도 결론은 하나다. 만드는 사람이 얼마만큼 품을 들이고 땀을 쏟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좋은 재료에다 복잡하고 힘든 요리 과정을 견뎌내는 요리사의 우직함과 인내심 등 음식에 대한 기본기가 결국 음식의 맛을 가르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김 수출액이 최근 5년 새 3배나 늘었다는 소식이다. 한국산 김은 용도에 따라 제품이 다양하고 식감도 뛰어나 중국'일본 김보다 인기가 높다고 한다. 유커 쇼핑 목록에 김이 빠지지 않는다는 뉴스는 접했지만 미국 등지에서 혐오식품이 아닌 건강식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니 가슴 뿌듯하다. 해양수산부가 2011년부터 매년 정월 대보름을 '김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는 것도 과문한 탓인지 처음 알았다.
하지만 상품 가치를 높이려고 공업용 염산을 뿌리는 김 양식 실태나 질 낮은 기름으로 코를 자극하는 포장 김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한편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친환경 김을 생산하는 양식장도 최근 늘고 있다니 그나마 위안이다.
우리 식재료의 미래와 성공은 '음식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라는 자부심에 달려 있다. 김도 예외가 아니다. 혀는 속일 수 있어도 재료와 요리에 드는 정성과 품은 결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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