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락으로 내몰린 겨울이 마지막 앙탈을 부린다. 부는 바람에 아직은 냉기가 묻어 있다.
여의도에선 4년마다 이맘때쯤 부는 이 바람을 '공천 칼바람'이라 부르며 휩쓸려 날아가지 않으려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컷오프 명단을 발표했다. 애석하게도 대구의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도 명단에 포함됐다.
새누리당도 4월 총선에 나설 대표선수 선발전이 한창이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꾸려졌고,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이 진행 중이다.
26일 대구경북 예비후보자들의 면접이 잡혀 있으니 이 시간, 그들은 새누리당사가 있는 여의도로 상경 중일 게다. 면접과 곧바로 이어질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선에 나설 수 없다.
자칫하다간 그 나름의 신념으로 온종일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고개 숙였던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 얼마나 떨리는 상경길일까.
대구는 현역 의원 심판론을 들고나온 '진박'의 공세로 떠들썩했고, 또 우선추천지역제 등 공천룰의 칼끝이 겨누지 않을까에 다시 한 번 시선이 집중돼 있다.
'공천은 곧 당선이니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새누리당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민심을 외치지만 그 인식에 유권자는 없다. "볼썽사납다" "이번만큼은 바꾸자" 하면서도 실천엔 소홀했던 유권자의 책임도 있다.
앞선 두 차례 총선에서 대구는 전국 평균 투표율(19대 전국 54.2% 대구 52.3%, 18대 전국 46.1% 대구 45.1%)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달 초면 새누리당의 경선이 시작된다. 당의 상향식 공천 방침에 따라 적게는 70%, 많게는 100%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된다. 적극적 참여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국회의원 진상필의 보좌관 최인경과 비서관 김규환의 대화다.
군대 부재자 투표 외엔 투표하지 않은 규환을 향해 인경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네가 그나마 재벌집 아들과 똑같이 가진 것이 그 표 한 장인데, 그걸 버리다니"라며 한탄한다. 규환 "찍고 싶은 놈이 있어야 찍죠", 인경 "좋은 놈이 없으면 덜 나쁜 놈을 찍으면 되잖아. 그래야 제일 나쁜 놈이 당선 안 되지". 규환 "덜 나쁜 놈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잖아요", 인경 "플라톤이 한 이 말을 꼭 기억해라.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제일 저질스러운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한 표를 행사해야 할 이유로 설명이 될까.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