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민해지는 시기 '신학기 증후군'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대화로 풀어보세요

정재훈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신학기가 되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신학기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신문 DB

사람은 누구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전환의 시기'를 겪는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게 된 3, 4세 때와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사춘기,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결혼과 출산'육아 등은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지며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는 주요 전환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한창 발달이 진행 중인 어린이'청소년은 성인보다 전환의 시기를 견디고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매년 맞는 신학기에는 학습량이 크게 늘고, 새로운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관계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면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등 '신학기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

◆폭풍 같은 변화에 당황하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이는 난생처음 겪는 환경 변화에 당황하게 된다. 발달과 놀이 위주로 시간을 보내던 유치원과 달리 공부해야 할 양이 늘어나고 수업시간 40분 동안 집중력을 끊임없이 요구받는다. 선생님,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한 사회성도 필요하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등교시간마다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 입학도 큰 전환기다. 사춘기가 찾아오는 이 시기는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가 극에 달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감정 기복과 함께 늘어나는 학습량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제2의 분리 개별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을 추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모의 지적이나 간섭에 저항하고 부모보다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친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동성끼리 더욱 깊은 우정이 형성되고 이성과의 교제를 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자신의 신체와 성(性)에 대해 인정하고 자아 정체성이 확립된다.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적 능력을 개발하는 시기다. 본격적인 입시 경쟁에 돌입하면서 학습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부모와 진로 문제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기도 한다. 부모의 기대에 힘들어하고, 저항하거나 자학하다가 우울감이나 우울 장애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미리 학교 찾아가 둘러보면 도움돼

초등학생은 부모의 관심과 돌봄이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민감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면 무리하게 학교를 보내기보다는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표현하지 않는다면 아이와 함께 어울리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뒤에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아이의 행동이나 주변 정보를 통해 아이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아이가 불안해하는 원인을 이해했다면 공감과 이해를 통해 대처 방법을 찾는다. 장시간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두렵고,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면 아이에게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입학하기 전에 함께 학교를 찾아가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한 친구와 함께 등교하는 것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힘이 된다.

신학기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부모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저녁에 아이와 꾸준히 대화하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학습 또는 친구 관계에서 힘든 점이 없는지 알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고생은 아버지의 관심 중요

중'고등학생은 부모와 대화 시간이 줄고 힘든 내색을 잘 비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미처 자녀의 고민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용히 학교에 다니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권위가 있으면서도 때로는 친구 같은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남자 아이의 경우 아버지를 닮으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며 아이의 사고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보인다면 서서히 대화를 시도하고, 야외활동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면 부모는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태도로 아이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정재훈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가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듬직한 믿음과 사랑"이라며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주고 묵묵히 지지하는 자세와 대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렇게 해결합시다>

◆초교생에겐…

환경 변화 적응 못 하면 이유 없이 짜증

무리한 등교보다 불안감 해소가 급선무

규칙적인 생활 유도하고 집중력 키워야

◆중고생에겐…

사춘기와 함께, 이성에 관심 갖는 시기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자세 필요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 심어줘야

도움말 정재훈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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