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케이블 TV의 M&A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최근 CJ헬로비전의 M&A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현재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산업 중 하나인 휴대폰, 반도체, 가전과 같은 디바이스 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으로 인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도전에다 전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14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서비스업의 일종인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와 같은 유료방송 산업의 시장가치는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어, 글로벌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그 규모가 영세한 실정이다. 이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Multi-System Operator)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 수익구조라 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조금은 성급하다고 본다.

기업의 가치는 현재가치가 아니라 미래가치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는 대략 3천40억달러다. 2015년 매출은 170억달러다. 미국 대표 케이블 TV 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 Corporation)의 시장가치는 1천420억달러고, 매출은 740억달러다. 그러나 컴캐스트의 시장가치는 페이스북보다 약 4.5배 높은 매출임에도 시장가치는 절반에 불과하다. 현재의 수익성만으로 보면 컴캐스트의 시장가치가 페이스북보다 더 높게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현재의 수익성에 중점을 두는 논리대로는 도저히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이익률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의 이익률은 2015년 0.56%다. 흑자를 기록한 연도도 지난 역사에서 한두 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마존을 사양산업이라거나 퇴출산업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미래의 잠재된 시장을 견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낮은 이익률임에도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에 시장은 그 기업을 평가해 준다. 아마존의 주식은 오늘도 550달러 수준에 있다. 반대로 125달러까지 올랐던 애플의 주식은 9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는 더 이상 스마트폰의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시장이 직시한 것이다. 여전히 애플의 순이익률은 22.87%이고, 영업이익률은 30.28%다. 이것이 시장이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의 수익성으로 괜찮은 사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시장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자.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경우, 시장 전체의 규모가 영세하기에 잉여수익이 발생했음에도 디지털로의 전환에 대한 투자는 더뎠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R&D 투자 또한 크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설령 애써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IPTV나 위성방송과 같은 대체재의 등장으로 인해 그 투자결과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확신 없는 사업자라고 쉽게 비난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생존을 염두에 두고 싸우는 이들은 손쉬운 말을 하는 장 밖의 사람들이 아니라 장 안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작은 시장 내에서 힘겹게 싸움을 하는 중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한다. 컴캐스트 경우는 광동축혼합망(hybrid fiber coax)을 가지고 속도가 훨씬 빠른 2기가 망으로 진화할 상상력을 가질 수 있지만, 현재의 영세한 우리 케이블 사업자에게는 그런 역량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케이블TV 시장에서 M&A라는 선택이 일어났다고 본다. 시장의 절박함은 외면하고 오늘 나온 쌀밥만을 보고 비어가는 쌀독은 보지 않아서는 안 된다. 가장은 오늘의 밥을 아껴서 내일까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고, 기업은 오늘의 희생으로 내일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자생적인 변화를 정부는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M&A로 산업 내 구심점이 되는 역량 있는 기업이 출현하게 되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침체된 방송통신서비스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진화된 플랫폼 기반에서 영화, 음악,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가 선순환적으로 제작'유통되고,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방송시장에서 미디어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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