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2월 23일 오후 7시 6분 시작돼 3월 1일까지 밤낮없이 이어진 필리버스터에 대해 새누리당은 '선거용 이벤트'라고 비판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주의의 표본'이라는 평가도 내린다. 길고 길었던 필리버스터는 일단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했던 의회 용어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버티고 버틴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킬 수 있게 돼 여-야 파워게임 승리, 또 안보 전문 정당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열매를 땄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의 사생활 및 인권 침해 문제를 부각시켰고 제1야당의 위상을 보여줘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갈아치운 세계기록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당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1973년 폐지됐다가 지난 2012년 18대 국회 막판에 당시 여당 주도로 국회선진화법과 함께 재도입됐다.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오후 7시 6분 시작돼 1일 오후까지 진행됐다. 2011년 캐나다 민주당(NDP)이 가지고 있던 세계기록(58시간)을 3배 정도 뛰어넘은 셈이다. 많은 일화도 남겼다. 일부 의원은 장시간 발언하기 위해 운동화를 준비했고, 3분 내 화장실 다녀오기 허용, 발판과 의자 설치 등 발언자 배려 대책도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체력적 부담을 이유로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단이 아닌, 상임위원장에게 의사봉을 넘기기도 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시민들은 국회에서 고성이 오가는 대신 토론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도 이어졌다. 필리버스터를 보기 위해 하루 평균 5천~6천여 건이었던 국회방송 인터넷 의사중계 시스템 접속자 수도 5만~10만 건 내외로 치솟았다. 모바일과 인터넷, SNS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케이블TV '국회방송'도 관심을 끌었다.
LA타임스, ABC, NBC,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유력지들도 국내의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 이슈를 보도했다.
◆야당이 얻은 것
선거법 처리를 앞두고 필리버스터 정국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회 마비가 민생 마비와 안보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야당 내부에서도 테러방지법 문제를 부각시키고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자평도 있지만, 거꾸로 선거법 처리까지 지연시키면서 필리버스터를 지속했어야 했느냐는 반론과 선거 역풍 우려도 제기됐다. 출구전략이 없었던 탓에 더민주는 선거법을 볼모로 민생 법안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되려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지지자들의 결집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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