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두 갈래 연어 귀향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안도현 시인은 20년 전(1996년 3월 2일) '연어'라는 제목의, 말하자면 '어른을 위한 동화'를 세상에 내놨다. 태어나자마자 모천(母川)인 '초록강'을 떠나 멀고 먼 북태평양 알래스카 베링해까지의 험난한 바다 삶 여행을 끝내고 목숨을 건 5년 만의 귀향(歸鄕)에 나선 연어 떼 이야기다. 귀로에 하늘과 뭍의 포식자 물수리나 불곰의 공격, 인간의 어망 등 온갖 위험에서 겨우 벗어나 초록강 어귀에 이른 연어떼가 마지막 장애인 폭포를 만나 난상토론을 벌일 때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진 수컷 '은빛연어'가 외친 강렬한 호소다.

토론은 힘든 폭포보다 인간이 만든 쉬운 터널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얼굴조차 모르는 부모들처럼 거친 물살을 거슬러 뛰어넘는 역류의 길을 갈 것인가 때문이다. 초록강까지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었기에 지쳤고, 암컷은 알까지 잔뜩 품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서다. 그러나 은빛연어의 외침처럼 허약한 연어 빼고는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길'을 택했다. 마침내 폭포의 낙하 속도보다 빠르게 몸을 놀려 태어난 곳에 이르러 다음 세대를 위한 산란과 함께 삶을 마친다.

연어는 자신을 희생해 세대를 이어간다. 모천 회귀(回歸)의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그래서 위대하다. 숙명적인 연어의 귀향처럼 인간의 귀향 역시 자연스럽고 닮았다. 특히 선거철이면 더욱 그렇다. 4'13 총선 밑에 대구경북으로의 귀향 행렬이 넘친다. 특히 대구로의 귀향은 특이하다. 연어와는 달리 쉬운 길 쪽의 행렬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적의(赤衣)의 편애와 박근혜 대통령을 파는 선거전도 그렇다.

이들 맞은편에서 힘든 길을 마다않고 귀향한 김부겸 홍의락 같은 후보가 돋보인다. 오랜 특정당 편식의 척박한 땅에 다른 색의 씨앗을 뿌리기 위함이다. 이들에게서 거센 폭포수를 거슬러 모천에 알을 낳는 연어의 귀향을 연상한다면 지나칠까? 두 갈래의 대구 귀향이 반갑지만 속마음의 진정성까지는 알 수 없기에 걱정일 따름이다. 연어를 닮은 듯, 그렇지 않은 듯한 귀향을 대구 유권자는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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