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작년 문닫은 병원 75곳…중소병원 경영 3중고

'환자苦' '인력苦' '자금苦'…환자 줄어도 의료시장 포화, 간호인력 대학병원 선호

대구 중구의 모 정형외과병원은 개원 20년 만인 지난해 폐업 신고를 했다. 100병상 규모로 한때 연간 3천여 건 이상의 정형외과 수술을 하는 등 인지도가 꽤 높았지만 지난 2013년 의료기기 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사건에 연루돼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후 수년간 이어진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병원은 폐업 후 1년이 다 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대구경북 1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들이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한 환자 감소와 환자 유치 경쟁 심화, 간호인력 수급난 등을 겪으며 문을 닫거나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의 30~100병상 규모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2011년 3천535병상에서 지난해 3천235병상으로 8.5% 줄었다. 반면 전체 의료기관 병상 수는 같은 기간 2만550병상에서 2만2천16병상으로 7.1% 증가했다.

경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북의 30~100병상 병원의 병상 수는 2013년 2천515병상에서 2014년 2천716병상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천525병상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비해 100~300병상 병원은 8천797병상에서 9천826병상으로 11.6% 증가했다.

중소병원이 위기를 겪는 건 경기 침체로 환자 수는 줄어드는데 의료시장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중소병원의 병상 이용률은 68.6% 수준에 불과하다. 병상 10개 중 3개는 비워둔다는 의미다.

반면 의료시장은 정체 상태다. 지난해 대구에서 개원한 의료기관은 83곳, 폐업한 의료기관은 75곳이었다. 개원 수는 2012년 108곳, 2013년 97곳, 2014년 64곳 등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폐원 후 재개원하는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병원 6곳 가운데 재개원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대학병원 선호 현상 등으로 간호 인력난도 심각하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중소병원 1천497곳 가운데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신고한 기관은 432곳에 그쳤다. 10곳 중 7곳이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입원료 가산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경영난에 직면해도 병원 청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약제비나 의료기기 대금 등 정리할 비용이 많다 보니 억지로 병원을 끌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포항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 10곳 중 3곳이 매달 평균 5천만원가량인 약제비 등을 정리하지 못해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부실 의료기관에 대한 퇴출 절차가 없기 때문에 파산할 때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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