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설행 눈길을 걷다 / 트윈스터즈 / 섬, 사라진 사람들

알코올 중독자 정우와 수녀 마리아의 특별한 교감

설행 눈길을 걷다='열세 살 수아'(2007)을 만들었던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의 내밀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눈 오는 추운 겨울, 정우(김태훈)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수녀들이 운영하는 산 중의 요양원을 찾는다. 현실과 꿈속을 오가며 술에 대한 유혹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수녀 마리아(박소담)와의 교감을 통해 회복의 싹을 찾기 시작한다. 금단 증상으로 혼몽을 숱하게 겪는 정우에게 마리아는 힘을 실어주려는 한편, 입 밖에 내지 않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우는 수도원을 찾은 포수 베드로(최무성)가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거친 공간이 인물의 황폐한 정서와 조화를 이루는,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자매, SNS서 조우

트윈스터즈=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의 다큐멘터리. LA에 사는 사만다는 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는다. 그녀는 프랑스에 사는 동갑내기 아나이스다. 아나이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자신과 똑 닮은 사만다를 발견한 뒤 SNS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외모, 생년월일, 출생지까지 같은 두 사람은 25년 동안 서로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온 쌍둥이 자매였다. 한국에서 나서 미국과 프랑스 가정에 각기 입양되어 서로 존재를 모르고 자라온 쌍둥이 자매는 디지털 세상에서 감각적인 방식으로 재회한다. 하지만 영화는 한국의 영유아 수출이라는 어두운 문제도 생각하게 한다. 배우로 활동하던 사만다 푸터먼이 자전적인 사연을 담은 재기 발랄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 더한 스릴러

섬, 사라진 사람들=초저예산영화 '공정사회'(2013)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지승 감독의 신작으로, 최근 큰 이슈가 됐던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이라는 요소를 더한 스릴러이다. 어느 날, 기자인 혜리(박효주)는 외딴섬의 염전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녀는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섬을 찾아가 취재를 시작하지만 염전 집 아들(류준열)을 포함한 주민들은 두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범죄의 증거들을 하나씩 찾으며 섬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취재 도중 섬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사건에 얽힌 혜리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염전 주인과 아들, 인부 상호는 행방불명이 된다. 취재 카메라 형식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허구 이야기에 사실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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