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시청률 순항 tvN '치즈 인 더 트랩' 예상 깨고 '문제적 드

스토리 뻔한 로맨틱물에 스릴러 섞어 신선함 '호평'

방영되는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순항하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부에 이르러 갖은 논란에 휩싸이며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1일 7%를 넘어서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해 '평일 심야시간 비지상파 드라마의 성공 기준을 바꿨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깨끗하게 잠재우진 못했다. 방송 중반까지만 해도 '치즈 인 더 트랩'은 매회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쏟아지는 호평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중후반에 이르러 불거진 부정적 이슈들로 인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어야만 했다.

놀라운 화제성과 시청률로 tvN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살려내고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가에 해외 판매 계약을 마치는 등 '웃는 날'의 연속이었던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문제적 드라마'라는 오명을 동시에 남길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 개성'흥미로운 전개 돋보여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현재까지 연재 중인 동명 인기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다루는 청춘 로맨스물인데, 흔한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신선함을 줬다. 특히 캐릭터 설정이 매력적이다.

재벌가의 아들로 완벽한 외모와 뛰어난 머리를 가져 부러움을 자아내는 유정이란 인물이 주인공이다. 항상 웃음을 짓고 선심을 쓸 뿐 아니라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주위에 선망하는 이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내면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한 고뇌와 화가 쌓여 있다. 그래서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사건을 조작하거나 특정인을 은근히 괴롭히기도 한다. 소시오패스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으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설정이다.

그 외에도 유정의 상대역인 여자 주인공 홍설, 또 남자 주인공 '2번'에 해당하는 백인호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한 덕분에 '치즈 인 더 트랩'은 임팩트 있는 사건 없이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부각시켜 시선을 끌어모으고 적당한 스릴러 기법까지 활용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은 원작의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려냈다. 캐릭터들은 원작 웹툰에서 갓 건져 올린 듯 생생하게 다가왔고, 연출 역시 웹툰의 컷을 콘티 삼아 만들어낸 듯 흡사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원작을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구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tvN 월화드라마가 이 정도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여준 게 처음이었던 만큼 경쟁사들은 당황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잘 풀리던 '치즈 인 더 트랩'이 온갖 난관 속에 '불명예 퇴장'을 했다.

◆"촬영한 분량 왜 안쓰나" 항의 이어져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관련된 논란은 후반으로 갈수록 축소된 주인공 유정 역의 박해진 분량으로 인해 시작됐다. 초반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던 매력적인 주인공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의 역할이 중후반으로 가면서 슬슬 줄어들고 오히려 백인호 역의 서강준이 부각된 것을 두고 드라마 및 박해진 팬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온라인의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및 관련 커뮤니티와 SNS, 기사 댓글창에 연출자 이윤정 PD를 비롯해 제작진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반 사전제작' 형태의 드라마인데 이미 찍어둔 분량을 삭제하면서까지 주인공 캐릭터를 죽이는 이유가 뭐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박해진의 소속사 WM컴퍼니도 SNS에 '촬영장은 숭고해야 하는 곳, 누구 하나만을 위한 드라마일 순 없다'는 등 가시 돋친 글을 올리며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박해진 역시 후반 2회 방영이 남은 상태에서 각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주인공 유정의 본질이 흔들렸다. 분량이 줄어든 것보다 캐릭터가 흔들렸다는 게 아쉽다. 제작진이 왜 촬영해둔 분량을 쓰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원작자 순끼 작가에게 미안하고 나 역시 속상하다"며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드라마 종방연을 준비하면서 박해진 측에 미리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는 말이 돌아 문제가 된 상태였다. 이후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포상 휴가 결정이 났을 때도 서강준 측을 제외한 타 배우들이 기사를 통해 뒤늦게 내용을 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 '치즈 인 더 트랩'의 원작자 순끼도 블로그에 작품과 관련된 각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드라마화 작업이 시작될 때 감독 및 작가들과 상의했던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폭로다. 특히 순끼 작가는 "아직 웹툰이 연재 중인 상태니 드라마의 경우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연출자, 마지막 2회 남기고 공개 사과 

갖은 논란 속에서도 연출자 이윤정 PD는 "할 말이 없으니 드라마 팀장이랑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엔 마지막 2회 분량 방송 직전에 이르러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드라마의 '완주'를 노린 것으로 제작진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하지만 이후로도 상당수 시청자들은 '저런 문제들을 일으켜놓고도 떳떳하게 포상 휴가를 갈 수 있는거냐'는 내용의 글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비중을 조율하는 건 연출자와 작가의 고유 권한이니 이를 간섭할 순 없다. 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의 원인은 결국 관계자들 사이의 소통 부재라 안타까운 마음이다.

인기 드라마일수록 관심이 커져 부정적 이슈 발생 소지도 높아지기 마련인데 이를 알면서도 제작진이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등한시한 게 문제다. 드라마가 막을 내리기도 전에 주연배우가 공개적으로 출연작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제작진과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박해진 측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 아쉽지만 상황을 그렇게까지 몰고 간 제작진도 할 말은 없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단순히 박해진이 연기하고 있는 유정 캐릭터의 분량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용이 탄탄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중심 캐릭터가 바뀌었다면 시청자들도 이토록 열렬하게 항의하진 않았을 터. 전체 스토리에서 가장 큰 축을 이뤘던 주인공 캐릭터를 멋지게 만들어 두고도 향후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그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니 제작진은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유정 캐릭터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기반으로 초반부 이야기를 끌고 왔으니 당연히 인물에 대한 설명도 따라줘야 하는데, 막상 제작진은 슬며시 이 캐릭터를 사라지게 놔두고 엉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해 개연성을 떨어트렸다. '커피 프린스 1호점'부터 시작해 만드는 작품마다 '용두사미'로 전락시켰던 이윤정 PD의 고질적인 '뒷심 부족 현상'이 또다시 드러난 듯해 아쉽다.

원작자와의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원작의 연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 결말 부분에 있어 원작자와 2차 저작물 제작진 간의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자칫 발생할 서로간의 피해를 줄이고 '윈윈'할 수 있다. 같이 잘되자고 시작한 작업인데 왜 한쪽에서 이토록 심하게 반발하며 화를 내고 있을까. '치즈 인 더 트랩'의 제작진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잡았지만 아쉽게도 완성도와 인심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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