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화관광형 시장' 약령시, 변신 위한 밑그림 다시 그려야

대구약령시가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공모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관광 명소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2018년까지 국비 포함 모두 18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상인회가 중심이 돼 약령시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위기를 맞은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다시 부활의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350년 약령시의 재발견'이라는 슬로건 아래 10년여간 대구시와 약령시 상인회가 많은 돈과 노력을 쏟은 결과 약령시의 외형은 크게 바뀌었다. 2005년 한방특구 지정 이후 약전골목 정비를 시작으로 한의약박물관 건립, 한약산업 육성, 관련 상품 개발 등 대표 브랜드 육성, 한방문화축제, 주말장터 등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약령시 고유의 멋과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전통을 기초로 한 문화 아이콘으로의 질적 변화도 뒤따르지 못해 지금은 거의 답보 상태다.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과 요식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시민의 무관심 속에 약령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2009년 210개이던 한약 관련 업소가 지난해 말 177개로 준데서도 약령시의 현주소를 짚을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내 자연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은 어쩌면 약령시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약령시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워내려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지 않고는 더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을거리 개발이나 캐릭터'앱 제작, ICT안내판 설치와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는 어림없다.

먼저 약전골목을 차량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등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찾고 즐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방문객과 각 업소가 함께 호흡하는 상설시장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각오와 밑그림을 먼저 그린 후에 특색있는 콘텐츠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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