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행자 갈 곳 없게 만든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

중·서·남구 주택 밀집지역 더 심각…단속해야 할 구청 민원 이유 손 놔

3일 오후 대구 서구청 인근 한 이면도로. '주차금지'라는 주황색 글씨가 바닥에 쓰여 있었지만, 이를 비웃듯 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서부도서관에서 한국폴리텍6대학 대구 캠퍼스로 이어지는 도로 양편에도 차들이 들어차 있어 보행자는 도로 가운데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인근 주민은 "차량 불법 주차가 일상화됐지만 구청에서 단속하는 모습은 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심 이면도로가 보행자 사고를 유발하는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에 등록된 차량은 110만6천여 대인 반면 주차장 확보율은 88.3%에 그쳤다. 차량 10대 중 1대는 주차공간이 없는 셈이다. 주차난은 중구와 서구, 남구 등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심하다.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은 주차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주차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서다. 서구청 관계자는 "차량이 계속 늘어나는 데 비해 주차공간 확보는 더디다. 주차장을 지으려고 해도 주차공간 1면을 확보하는 데 6천만원가량 들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구'군이 주민 민원을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인 것도 불법주차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 전체의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3년 40만8천434건, 2014년 42만9천40건, 2015년 45만5천523건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동구청은 2014년 6만5천547건에서 2015년 6만4천837건으로, 서구청은 2014년 3만2천687건에서 지난해 3만978건으로 각각 710건, 1천709건이 줄었다. 이들 구청은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단속을 강화하면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진다고 했다. 또한 단속 기준이 되는 황색 실선이 없는 이면도로가 많아 단속이 어려운 점도 이유로 꼽았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불법 주정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일본처럼 차고지 증명제를 통해 주차공간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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