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뒷바퀴에 걸리는 육중한 착륙의 충격에 잠시 흔들리는 몸을 가누고 창밖을 보니 중동 내륙지역의 교통중심지인 요르단 암만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아담하고 깨끗했으며, 입국 심사대에서 40디나르(약 7만원)에 도착 비자를 발급해 준다.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유명 관광지에서 중동 여러 나라를 패키지로 묶은 성지순례객들이 가끔 눈에 띈다.
요르단은 고대 유적지로 유명한 페트라가 있고, 이스라엘과 국경을 하고 있는 사해가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즐기는 세계서 가장 스릴 넘치고 재미있는 계곡 트레킹이 와디무집에 있다. 사해와 와디무집은 같은 방향이라 하루 코스로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으며, 페트라는 하루 시간을 충분히 내야 다녀올 수 있다. 페트라 부근 차로 약 1시간 거리 와디럼이라는 곳에 아름다운 사막이 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덤으로 한 가지라도 더 챙겨보고 가는 것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붉은 장밋빛 도시 페트라
암만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내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두어 시간 달리면 나지막한 민둥산과 듬성듬성한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제법 큰 마을을 지나면 바로 페트라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계곡이 시작하는 곳까지 다시 10여 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페트라 입장권을 끊을 때 여권에 있는 비자가 필요하니 반드시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하늘을 뚫을 듯한 바위 계곡이 덮칠 듯이 서 있는 양쪽으로 폭이 3m 남짓한 길이 이어져 있다. 딴 세상을 인도하듯 굽이굽이 돌아가는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탁 트인 공간에 우뚝 서 있는 알카즈네 신전을 마주하게 된다. 정교하게 다듬은 거대한 신전은 지난 2천여 년 동안의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완벽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의 배경이기도 한 이 신전을 시작으로 도시 길이는 8㎞에 달한다. 시가지 입구는 동쪽의 시크, 남쪽의 투그라, 북쪽의 투르크 마니에라라는 세 개의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목민인 나바테아인들에 의해 건설된 산악 도시는 한때 무역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쳤다.
7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과 거대한 무덤을 양옆으로 끼고 지나면, 우뚝 선 직각의 돌기둥인 묘지 문이 나온다. 이곳에서 산꼭대기까지 끝없이 이어진 계단과 가파른 비탈길을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알카즈네와 비슷한 모양의 건물 중 하나인 알데이르 수도원이 나타난다.
페트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 사원은 오후가 되면 햇살을 받아 붉은색을 띠어, 주위 경관과 더불어 마치 한 송이의 붉은 장비가 활짝 핀 모습을 연출한다.
◆최고의 계곡 트레킹 와디무집
다음날 아침 서둘러 와디무집으로 향한다. 평소 물에 관한 레포츠는 웬만큼 즐기며 좋아하는지라 요르단 여행 계획을 짤 때 페트라보다 오히려 와디무집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차창 우측으로 내내 펼쳐지는 사해를 끼고 달리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다. 입구 관리사무소에서 코스를 선택한다. 입장료와 안전에 관한 서약서를 쓴 다음 코스를 선택한다. 왕복 3시간 정도로 비교적 안전하고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현지 가이드를 대동할 경우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찮은 금액이라 가이드 없이 혼자 트레킹에 나섰다. 이 계곡물은 사해로 흘러들어 가는데, 그 끝을 시작으로 해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약간의 담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출발지는 페트라 들어가는 입구처럼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거대한 바위가 양쪽으로 병풍처럼 서 있는 곳이다. 바위의 높이는 최고 180m나 된다. 입구로 내려오는 물은 시냇물처럼 느리고 정겹게 흐르고 있지만 올라갈수록 세찬 물살과 깊이로 트레킹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다.
중간중간 험준한 지역에는 로프와 사다리를 설치해 놓았지만, 여성들이나 나이 든 사람들이 올라가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주로 아랍계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나이가 꽤 든 남자를 만났는데 올해 72세라고 한다. 이곳에 오기 위해 체력단련을 해왔다고 한다. 그의 구부린 팔뚝에는 30대 젊은이들한테서나 볼만한 알통이 불룩 튀어나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노익장에 찬사를 보내니 금세 어린아이처럼 웃어 보이면서 멋쩍어한다.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트렁크를 열어봤지만 필요한 장비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해서 장비를 빌려 타이어를 교환할 수 있었다. 타이어를 교환하는 꽤 긴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여유를 보여준 현지의 그 중년 여성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사해에서 까맣게 머드팩을 바르고 물에 둥둥 뜬 몸으로 양손을 벌려본다. 사해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애써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지만 재미난 장면은 잘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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