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게 웃을 것만 같은 배우 심은경이 심각하다. 연기자의 길이 맞는 길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사춘기에나 겪음직한 고민에 빠졌다.
3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기가 맡은 배역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영화에서 15년 전 아버지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는 소녀 '희주' 역을 연기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순진한 소녀이지만 다른 한편 살인도 불사하는 잔인한 면도 있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그는 "전작에서는 캐릭터와 저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는데 희주와는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됐다"며 "저 스스로 제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주라는 인물은 그만큼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감독은 황순원의 '소나기'의 주인공 같은 순수함이 있으면서도 내면에 악함도 아울러 가진 소시오패스를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심은경은 "소시오패스의 감정을 잘 모르니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라며 "최선을 다했지만 저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책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의구심은 인생 전반에 대한 회의로 발전했다. 최근 들어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 일(배우)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생각했다. 어느 순간 앞만 보고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꼭대기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무조건 연기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저한테 실망 안 하고 오래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온 셈이다. 심은경은 9살의 나이에 드라마 '대장금'(2003)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경력이 13년이나 된다.
영화 '써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로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연기력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2014)에서 실패를 맛보고 '널 기다리며'를 촬영할 때 자신의 연기에 불만을 느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내 자신이 어느 순간 한심스러워졌다"며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것을 너무 잊고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나이 때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것이구나, 학창시절에 치마도 줄여보고 반항도 해볼 걸, 온실 속의 화초처럼, 영화 한가지에만 매달려 살았던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것저것이 가능한 얼굴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본 영화 '캐롤'의 루니 마라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루니 마라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은경은 "누군가를 동경해본 적이 없는데 루니 마라는 제가 생각해왔던 배우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희주'의 연기를 100% 만족하지 못하지만 "희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희주가 왜 저랬을까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며 "희주의 발자취를 보면서 관객들이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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