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9주의 비밀 계림과 금관/ 김진경 지음/ 어드북스 펴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비밀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하면, 대부분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자의 주장이 마냥 억지스럽지만은 않다. 중국은 지금도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고구려'발해 등 한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역사왜곡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국력이 강하고 잘살았던 시절도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런 한국을 무시(?)하고 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렇다면 중국 명나라에 기대어 살던 조선시대는 어떠했을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조선 중종 7년(1512년)에 다시 발간됐다. 삼국유사의 맨 마지막 쪽 발문(跋文)에 그 이유가 적혀 있다.
"우리 동방의 삼국에는 본사(本史)와 유사(遺史) 두 책이 있으나, 달리 간행된 적이 없고 단지 본부(경주진을 말함)에만 남아 있는데, 세월이 흘러 자획이 닳아 없어져 한 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겨우 네댓 글자뿐이었다."
이 내용대로 라면, 1145년과 1280년 간행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너무 오래되어 새로 발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발문의 마지막에 역사책을 다시 간행하면서 느끼는 참담(慘憺)하고 비장(悲壯)한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역사책을 새로 발간하는데, 왜 참담하고 비장한 심정이 들까? 그 내용을 보자.
"아아! 물건이란 오래되면 반드시 없어지게 마련이고, 없어지면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니, 일어났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이러한 이치를 알아 때가 되어 일어나면, 영원히 전하여 줄 것을 후세에 나타날 은혜로운 학자(惠學子)에게 간곡히 바란다."
뭔가 이상하다. 우리 역사책을 새로 발간하는데 난데없이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세월의 이치를 논의하지 않나, 후세의 나타날 '학자'를 '지혜로운(慧) 학자'가 아니라 '은혜로운(惠) 학자'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명나라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 역사책을 뜯어고칠 수밖에 없는 조선 사관의 참담하고 비장한 심정이 배어 있는 듯하다. 새로 간행된 삼국사기에는 별도의 발문이 없는 만큼, 삼국유사의 발문은 두 책 모두의 발문 역할을 한다.
조선의 사관들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후손들이 아둔해서 우리 역사책이 뜯어 고쳐진 것을 알아채리지 못할까 봐, 아예 책 제목을 '삼국사기'에서 '삼국사'로 바꾸었다. 누가 보더라도 "책이 바뀌었나?" "내용이 달라졌나?"하고 의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재간행된 에서 "김부식이 삼국사를 편찬하여 바쳤다"고 기록해 놓고서는, 주석에서 '삼국사기를 인용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삼국사는 뭐고, 또 삼국사기는 뭐냐?"고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저자는 또 조선의 사관들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뜯어고쳐졌다고만 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올바른 역사가 무엇이었는지 밝혀낼 수 있도록 꼼꼼하고 야무지게 '비밀코드'를 심어놓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명(明)대의 사관들이 1421~1512년 중에 중국 23사에 고대 지명의 위치를 북쪽 또는 동북쪽으로 변이시키는 '가짜 역사적 사실들'을 곳곳에 삽입시켰 놨는데, 삼국사기 지리지에도 지명의 위치 변이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래의 위치가 어디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1978년 기술고시에 합격, 과학기술부에서 30년을 근무한 저자는 고조선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 속의 지명들을 분석해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 연구활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등 4권의 책을 펴냈다. 그리고 이 책 은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책이다.
저자는 "진국(발해)의 강역은 황하까지였으며, 백제와 신라는 황하 남쪽으로 양쯔강까지 나타나고 있으니…어찌 놀랍고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한국의 역사서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서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30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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