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근남면 야산 1km 균열…주민들은 '2차 피해' 불안감

경북도-울진군 현장 보고회…관리 주체 놓고 책임 떠넘겨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의 석회 광산 갱도가 무너지면서 함몰된 지형을 인근 주민이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의 석회 광산 갱도가 무너지면서 함몰된 지형을 인근 주민이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울진의 한 석회석 광산 일부가 붕괴하면서 인근 주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은 2차 피해를 걱정하며 울진군과 경북도 등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기관은 관리주체를 따지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울진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6시쯤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의 한 야산이 무너지면서 강한 진동과 함께 약 1㎞ 이상 균열이 발생했다. 이 산은 지난 1994년부터 연간 70여만t 규모의 석회석 광산이 개발돼 22년 동안 채굴이 이뤄진 곳이다.

주민들은 "원래 마을과 제법 떨어진 곳에 광산이 개발됐지만 20여 년 동안 점점 마을 방향으로 채굴이 진행됐다"면서 "제대로 된 안전조치 없이 무분별하게 채굴이 이뤄져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북도는 광산보안전문가 등을 현장에 급파해 현재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지난달 29일 경북도와 울진군, 광산업체 관계자가 현장에 모여 주민들을 상대로 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북도와 울진군 관계자들이 광산 관리 주체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식의 발언을 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광산은 개발 허가 주체가 경북도이지만 담당 지자체에서 관련 의견서 및 안전조사 지시 등 일부 시정요구 권한을 갖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조사하고 있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면서도 관리감독 부실을 묻는 주민 질문에는 "광산에 관한 감독 권한은 울진군이 갖고 있다. 경북도는 울진군의 의견에 따라 허가를 내주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반면 울진군은 "주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광산 입구의 산지전용 관리 등이 전부다. 광산은 경북도가 허가 및 관리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경북도와 울진군이 벌이는 핑퐁게임 탓에 주민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피해대책위를 조직하고 경북도는 물론 울진군과 광산업체에도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피해대책위 관계자는 "장기간 광산 채굴이 이뤄지면서 인근 주택에 균열이 생기는 등 지금의 함몰 사고 외에도 오랫동안 피해를 감내해 왔다"며 "당장 관리주체를 따지기보다 주민 생존권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10일 종합지질검사를 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