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두 남자의 말

지난해 연극계는 박근형 연출 창작 검열 사태로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국립극단에서 공연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3부작 중 '개구리'(연출 박근형)가 정치적 문제로 점화되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해당 연출가의 창작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연극산실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면서, 이른바 '박근형 창작검열사태와 검열의 부활 논란'으로 연극계는 지독한 몸살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와 한국연극협회를 이끌 두 남자가 당선됐다. 대구연극협회는 김종성 고도예술기획 대표가 3년 동안 대구 연극을 이끌어간다. 등록된 정회원 극단은 17개 단체이며, 협회 등록 회원은 166명이다. 대구연극제와 호러연극제 등 다양한 연극 축제를 이끌어온 대구연극협회가 더 실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김 대표는 "젊은 연극인들이 지역에 정착해 연극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외국 우수 극단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연극 환경을 조성하며, 청년연극제 개최를 통해 대구 연극을 미래 공연산업의 안전지대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전국 16개 시'도 연극지부와 8천여 명의 연극인을 이끄는 제25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선출하는 선거전은 치열했다. 70표 차이로 한국소극장협회와 삼일로 창고극장 대표를 지낸 정대경 씨가 당선됐다. 정 이사장은 "다양한 연극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 전국연극협회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한국 연극 역사는 100년을 넘었다. 한국전쟁 때에는 국립극단이 대구로 와, 우리 지역 극단과 배우들이 공동으로 연극 활동을 할 정도로 1950, 60년대 대구는 연극문화의 중심지였다. 1920년대 한국 신극 연극의 불씨를 댕긴 홍해성은 대구에서 출생한 탁월한 배우이자 연출가였다.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연극계 지식인들은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비판을 작품에 우회적으로 투영시켰다. 연극의 가치는 컸다. 이제 다시 연극의 가치를 일으켜 세우고 연극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연극협회는 수도권 중심 연극 문화가 아닌 지역 연극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 지원과 더불어 연극 정책 지원, 전국 연극인들의 소통문화프로그램 도입도 시급하다. 대구연극협회는 생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개발해야 한다. 극단의 육성과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은 필수 항목이다. 올해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가 연극인들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두 남자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말'은 지켜졌을 때 신뢰와 박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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