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이 도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경상도 개도 700년, 산격동 대구시대를 마감하고 신도청시대가 활짝 열렸다. 도민의 배려와 사랑, 국민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청 이전은 경북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경상북도가 반만년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대단히 높다. 천년 신라의 영광이 여기에서 시작되었고, 이 땅에서 배출한 수많은 인물들이 나라와 민족의 자존을 지켰다.
해방과 분단, 전쟁과 폐허,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북은 그야말로 역사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친 경북의 독립유공자 수는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것보다 많다. 심지어 인구 16만 명의 작은 도시 안동과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의 독립유공자 수가 비슷하다. 6·25전쟁 때는 낙동강 방어선이 구축되어, 더 이상 물러서면 망명정부를 세울 수밖에 없는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구해냈고, 조국 근대화의 새마을운동도 경북에서 태동되어 전국으로 번져갔으며 이제는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북은 장구한 세월 속에 나라가 어렵고 백성이 힘들어 할 때마다 이론적 무장과 실천적 행동으로 시대의 변화에 앞장서 왔다. 도청 이전은 이러한 경북의 혼과 정신의 대이동이기도 한 것이다.
천년 경북의 문을 연 우리 앞에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축을 하나 더 형성해야 하고, 세종시와 함께 환동해와 환서해를 연결하여 한반도의 허리에 새로운 경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신라 문화와 백제 문화와의 만남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경북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가 있다. 바로 정신 문제다. 정신은 혼이고 혼이 없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를 관통하는 경북의 혼을 재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신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경북시대를 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지금 나라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정체성이 혼란을 겪고 있음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불안해하고 민생현장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낡은 이념의 논쟁 속에 국론은 분열되고 나라는 기득권 주장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한탄하며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누군가는 끊어내야 한다. 그 일에 우리 경북이 다시 한 번 앞장서고자 한다. 민족 사상의 연원이며, 대한민국 정신의 창(窓)인 경북이기에 그런 위치에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온고지신, 전통 속에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고 과거 속에 미래의 답이 있다고 믿는다. 조선의 통치 덕목인 유교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종손과 종부의 삶을 구체화시키고, 한국정신문화의 원류인 신라사 편찬, 민족사의 보고(寶庫)인 삼국유사 목판본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신청사를 지을 때도 그냥 현대식 빌딩을 올리면 쉬웠겠지만 건물 하나에도 경북의 혼을 담아내고자 한옥 기와지붕으로 결정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화랑정신 속에서 갈등 아닌 상생을, 선비정신 속에서 안주 아닌 혁신을, 호국정신 속에서 이념보다 국가 우선을, 새마을정신 속에서 말이 아닌 실천의 DNA를 찾고 이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반듯하게 지켜야 한다.
신도청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경북이 나라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경북답게, 경북인답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인 경북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그를 통해서 이 나라 정신문화의 중심을 지켜나갈 것이다. 혼자 가면 길이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된다고 했다. 지역의 발전과 조국의 미래를 위한 대장정에 함께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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