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허름한 주택에 사는 일본인 결혼이주여성 시미즈 요코(가명'61) 씨. 옆으로 걸어가야 할 정도로 폭이 좁은 복도를 지나야 나오는 작은 공간이 요코 씨의 집이다. 요코 씨 부부는 이 좁은 집에서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남편은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병원 치료 한 번 제대로 못 받았고, 요코 씨는 평소 목, 허리디스크를 달고 산 데다 지난해에는 파킨슨병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또 성인이 됐지만 은둔형 외톨이로 집 안에서만 지내는 아들을 볼 때마다 요코 씨는 늘 마음이 무겁다. "사람이 셋이나 사는 집이지만 인기척이 없고 항상 어두워요.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폭력으로 얼룩진 결혼 생활
요코 씨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어려운 생활이 믿기지 않는다.
일본 아오모리현이 고향인 요코 씨는 젊을 때만 해도 건강하고 인기가 많은 아가씨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의 한 백화점에 취직해 점원으로 근무했다. 고급 화장품'의류 매장에서 일하면서 착실히 모은 돈으로 언젠가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다 36세 늦은 나이에 이웃의 권유로 한 종교를 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종교단체에서 국제 합동결혼식이 열렸고, 이를 기회로 한국인 남성을 남편으로 맞이했다. 교제 기간은 따로 없었지만, 종교만 같으면 나머지는 맞춰 가면 된다는 생각에 별다른 걱정 없이 한국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 사람, 한국말 모두 낯설지 않았어요. 늦은 나이에 인연을 찾은 만큼 가정에 충실한 아내, 어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선천성 B형 간염환자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는데, 그때만 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아들과 딸이 태어나자 남편의 폭언, 폭행은 자식에게까지 이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들은 가수의 꿈을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무시당했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그 길로 아들은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막내딸도 아버지의 폭력을 피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폭행이 심해지자 고등학생인 딸은 지난해 위기 가정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그룹홈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들, 딸 모두 어린 시절에 마음의 문을 닫았어요. 제가 엄마로서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끝없이 닥친 불행
그 무렵 요코 씨 부부의 건강도 점점 나빠졌다.
2년 전 남편은 일용직 현장에서 만난 동료의 부탁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하루아침에 차 수리비, 렌트비 등 수백만원을 물어내야 할 상황이 됐다.
그 길로 남편은 바로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차 값을 물어내라는 독촉이 계속되자 남편은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어요. 남편 자신도 허리, 무릎을 심하게 다쳤지만 돈 걱정에 정밀 검사를 받아 볼 생각조차 않았어요."
불행은 요코 씨에까지 닥쳤다. 젊었을 때부터 목'허리디스크로 고생했었는데, 지난해 파킨슨병까지 진단받은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요코 씨 가정에 나오는 정부 보조금은 70만원. 이 돈으로 부부의 병원비에다 아들의 우울증 치료, 딸에게 들어갈 향후 교육비까지 마련하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건강을 회복해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또 여느 집처럼 우리 집에도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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