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돈을 통해 익명의 많은 사람과 인격적 유대가 없어도 빈번하게 교류한다. 교환과 협업으로 이뤄진 현대사회의 특징은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농부가 가꾼 감자와 고구마인지 모르지만, 시장가치로 돈을 지불하면 굳이 시골 밭을 찾지 않더라도 구입할 수 있다. 농부와 구매자 사이에 돈이라는 교환 매개체만 있으면 그만이다.
돈은 모두 좋아한다. 개인, 단체, 회사, 심지어 나라들까지 합쳐 온 지구의 존재들이 돈에 신경을 쓰며 산다. 초 단위로 수십, 수백조원의 돈이 지구촌을 휘저으면서 쩐의 전쟁을 일으키고 국가의 운명도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발휘한다. 머니게임이 국가의 존폐를 가늠 짓는 지경에 놓인 형국이다. 하물며 개인은 이 같은 돈의 위력에 휩쓸리고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처럼 세상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돈의 위력은 돈만 있는 삶에는 목을 쥔 거대한 공룡의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돈만을 고집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나 공동체에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특히 인문학적인 사유와 성찰을 하는 이들에게 돈의 위력은 살아가는 여러 가지 환경 중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이들은 근원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돈만 있는 삶의 모습이 보여주는 탈인간적인 형태를 거부하고 성찰과 욕망을 줄이는 태도를 지향한다. 이들은 또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욕을 멈추고 돈의 진정한 의미 즉, 기호로서 사람과 사람, 개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사회 작동의 시스템이라는 본질적인 성격을 이해하면서 돈도 있는 삶을 살길 원한다.
우리는 그동안 돈을 축적하고 모으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자신의 돈으로 삶의 품격과 가치를 고양시키는 데에는 인색한 처세를 당연하게 여겼다. 알뜰하다는 말은 비난이 아니라 상찬하는 용어로 쓰이는 것이다. 내가 소유한 땅의 크기와 통장의 잔고가 능력 있는 삶의 평가 기준이 되는 시대에서 성찰이나 욕망을 비워내는 행위는 어리석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저서 '돈의 인문학'에서 "돈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좋은 것이 되려면 좋은 삶이라는 지향과 맞물려야 한다. 돈의 이로움과 의로움이 양립되는 성격을 끊임없이 모색할 때 진정한 부를 향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의 가치가 돈의 가치보다 월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김 교수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세계의 신자유주의 물결이 천박한 까닭은 물질은 정복한 반면 정신 줄은 놓아버린 탓이라는 분석을 새삼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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