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페이스북 안 보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생긴 몹시 나쁜 버릇 가운데 하나가 시도때도없이 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은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SNS나 여러 앱을 이용하기도 한다. 장점이 많은데도 구태여 '나쁜 버릇'이라는 낱말을 쓰는 것은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들여다보는 무의식적인 반복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처분하지 않는 한 이 유혹을 이길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하나만큼은 일시적으로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바로 페이스북 들여다보기다. 오랜 친구를 찾게 해주고, 멀리 떨어진 지인의 소식도 간간이 들을 수 있어 글을 자주 쓰지는 않아도 유용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눈만 더 피로하게 만든다. 앱은 파란색인데 클릭하는 순간 온통 빨간색뿐이어서다.

앱 속에서 빨간 옷을 입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밝게 웃는 분들은 대개 개인적으로도 아는 분들이다. 하지만, 이분들이 올린 사진 속의 장소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전통시장이든, 양로원이든, 사회체육행사든,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길거리에서든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수십 장을 올릴 정도로 평소에도 바쁘게 돌아다녔다면, 정말 우연히 한두 분과는 만났음 직하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 선거철의 일시적인 현상임을 뻔히 알아도 씁쓸함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선거 운동을 말릴 방법은 없고, 앱을 아예 삭제하는 것도 괜한 짓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소극적인 저항 방법을 찾은 것이 선거 끝날 때까지 페이스북 안 보기다. 이와 함께 다음에 앱을 클릭하면 여전히 빨간색 물결이 넘쳐나길 바란다. 당선한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 지금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빨간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열심히 올려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행사장의 맨 앞자리에 근엄하게 앉아 있거나 단상에서 축사나 인사말을 하는 사진이 아니다. 세금으로 장학증서를 주면서 무게 잡는 사진도 아니다. 맡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주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르신이나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듬는 현장을 누비는 빨간색 옷의 사진이다.

그래야 지금의 밝은 웃음과 깍듯한 인사의 모습이 당선을 향한 절박함만은 아니라고 믿을 것 같아서다. 이런 사진이라면 페이스북을 4년 내내 빨간색으로 칠해도 씁쓸해하거나 눈의 피로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열심히 들여다보며 하나하나마다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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