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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3월이 신나는 이유

3월이 왔다.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또 좋아하는 달이다. 모든 생명체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회색빛이던 거리가 연한 초록잎 새싹과 젊은이들의 밝은 색깔 옷차림으로 눈이 즐거워지는 때다.

무엇보다 기쁜 점은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은 매년 3월이 되면 해외 전지훈련장에서 돌아와 시범경기에 일제히 돌입한다. 야구광의 한 사람으로서, 3월이 제일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82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 손을 붙잡고 아버지가 이끈 곳은 시내 대구백화점이었다. 백화점에 처음 가본 나는 그 웅장함에 짓눌려 한동안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아버지가 백화점에 아들을 끌고 온 것은 아들에게 야구를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은 채 내 또래 아이들 수백 명과 함께 삼성라이온즈 어린이회원 모집을 위한 긴 행렬 속에 있었다. 삼성라이온즈가 그해 어린이회원을 모집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을!'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그때, 내 야구 인생도 시작됐다. 어린이회원에게는 여러 혜택이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삼성라이온즈 점퍼만으로도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는 설렘에 어깨를 쫙 폈던 일들이 기억난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큰 지우개를 받아들고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회원은 야구장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서 집에서 한참이나 멀었던 시민야구장에 여러 번 찾아가기도 했다. 서부정류장 인근에 있었던 집에서 북구 칠성동 야구장까지 찾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했다.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몇 번이나 물어물어 찾아갔다. 지금은 바쁜 일상에 치여 야구장에 발길을 거의 끊었지만 당시엔 한 달에 서너 번은 꼭 갔다. 이만수, 오대석, 배대웅, 함학수, 황규봉 등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난 선수들이 푸른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을 잡아 시원스럽게 던지는 모습은 그 힘든 여정에 대한 수고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대구 지역 야구팬들의 숙원이 풀리는 해다. 그토록 염원했던 새 야구장이 오는 19일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개장 전부터 새 야구장 모습이 매일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소개되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야구팬들이 우리나라 최초 팔각 야구장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34년 전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초등학생인 딸의 손을 이끌고 새 야구장을 찾는 즐거운 나들이를 계획 중이다. 경제가 어렵고, 북한의 미사일 소식이 연일 신문지상을 통해 신경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어린 딸에게 야구를 선물한다는 기쁨에 3월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내가 대구를 사랑하게 된 게 작은 야구공에서 시작되었듯이, 삼성의 야구공이 우리 대구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자부심을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환해진 3월 저녁, 시원한 맥주와 '최강 삼성'의 함성이 있다면, 이 봄날,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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