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33) 9단이 9일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인 첫판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인공지능이 체스에 이어 바둑에서마저 인간 최고수를 위협했다.
아직 네 번의 대국이 남아 있어 최종 승부가 갈린 것은 아니지만 이날 첫판은 게임 산업에서 인공지능과 인류가 벌인 반세기 대결사에서 결정적 순간의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따르면 게임 산업에서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결은 50여 년 전 체스 고수의 도발에서 시작됐다.
1968년 체스의 고수로 '인터내셔널 마스터'였던 데이비드 레비는 10년 안에 컴퓨터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1천250 파운드의 돈으로 내기까지 걸었던 레비를 인공지능은 넘어서지 못했다.
10년 후인 1978년 레비는 승리했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상황은 역전됐다.
1988년 인공지능은 체스의 고수를 처음으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IBM사가 만든 '딥 소트(Deep Thought)'는 그랜드 마스터인 벤트 라슨을 물리쳤다.체스 고수를 이긴 첫 컴퓨터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컴퓨터 인공지능은 이후 진화를 거듭해 1996년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에 도전했다.
카스파로프는 1985년 이래 세계 체스챔피언 자리를 놓치지 않은 러시아의 체스천재였다.
IBM의 슈퍼컴 '딥 블루'(Deep Blue)는 총 6판의 대결에서 3승 2무 1패의 전적으로 져 체스 최고수를 넘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딥 블루와 카스파로프의 재대결은 금세 성사됐다.
첫 대결 후 1년이 지난 1997년 5월 딥 블루와 카스파로프는 다시 만나 자웅을 겨뤘다.
초반 1,2차전을 서로 나눠 갖고 나머지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한 끝에 열린 마지막 6차전 경기에 카스파로프는 패배했다.
6차전의 결과를 마감한 최종 점수는 슈퍼컴 3.5점,인간 2.5점이었다.
이후 체스 세계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세계 체스판을 정복한 인공지능의 다음 도전 과제는 바둑이었다.
바둑에서 돌을 놓는 위치에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체스와 비교해도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바둑은 아주 매력적인 도전과제였다.
바둑에서 인류와 인공지능의 승부사도 체스처럼 고수의 내기에서 비롯됐다.
1997년 아마추어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였던 존 트롬프는 2011년까지 컴퓨터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데 1천 달러를 걸었다.
트롬프는 내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다음 해인 2012년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젠'(ZEN)에 1-3으로 졌다.
이후 바둑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구글은 2010년 만들어진 '딥마인드'(DeepMind)를 2014년 1월 인수해 인공지능 성능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겨룬 대국에서 5대 0으로 완승했다.
최초로 인간 프로기사를 꺾어 주목받은 알파고는 10여 년간 세계 바둑의 최강자로 군림한 이세돌에 도전장을 냈다.
이날 펼쳐진 '역사적인 대국'에서 이세돌과 알파고는 초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중반 들어 이세돌이 좌중앙에 큰 흑집을 지어 다소나마 유리한 형세를 만들기도 했다.
불리한 판세를 '느낀' 알파고는 무서운 승부수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고 결국186수 만에 이세돌에 불계승을 거뒀다.
체스에 이어 바둑의 세계 최고수까지 제압한 순간이었다.
일각에선 알파고가 기보 3천만 건,한 달에 100만 번의 대국 소화 등 엄청난 학습량으로 바둑 기사만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직관'마저 학습했다는 점을 승리 요인으로 꼽고 있다.
로먼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학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은 대국이 펼쳐지기 전 "알파고는 작년 10월 이래 기량을 연마할 5개월의 추가 시간이 있었다"며 "이세돌의 대국 스타일에 맞서기 위한 특수 훈련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한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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