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빛나는 실버] 대구문학관 도슨트 강명자 씨

강명자(73·대구시 중구 동덕로) 씨는 멋쟁이다. 모자를 즐겨 쓰는데 꽤 잘 어울린다.

그의 노년도 우아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구문학관에서 도슨트(docent'전문지식을 갖춘 안내인)로 일하고, 건강을 위해 주 2회 주민센터에서 탁구를 친다. 마음의 양식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대구 대봉도서관 독서회 모임에 18년째 다니며 회원들과 토론하기를 즐긴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저는 관람객이 문학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해설하고 안내합니다. 문학관 내 안전 및 시스템 운영도 맡고 있고요. 도슨트 일이 적성에 맞고 다른 취미생활과 적당히 시간 분배가 돼 보람 있습니다."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49(옛 상업은행 자리)에 자리 잡은 대구문학관은 2014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1·2층은 향촌문화관, 3·4층은 대구문학관으로 운영된다. 3층 아카이브에서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대구 출신 또는 대구 거주 작가 가운데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 47인의 약력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4층은 전시·세미나실과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향유, 생산, 참여의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낭독 공연, 책 기부, 근대 작가 특별전시회, 릴레이 문학토크, 손글씨 독후감 공모전, 문학세미나, 백일장 개최, 대구서정시집 배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대구는 근·현대 한국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도시입니다.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등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하였고 한국전쟁 때에는 피란 온 문인들이 모여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던 도시입니다. 도슨트는 대구 문학단체에서 시, 수필, 아동문학, 시조 등 장르별로 추천받은 두 명의 작가, 총 12명이 요일별로 3·4층에서 근무합니다."

강 씨는 강릉사범학교와 대구교육대를 졸업하고 36년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1999년 8월 퇴직했다. 교편을 잡는 동안 자녀들 뒷바라지에 빠듯한 생활을 했는데, 퇴직 후에야 마음이 여유로워졌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강 씨 부부는 금슬이 무척 좋다. 점심시간이면 남편이 문학관 부근으로 찾아와 식사를 함께한다고 한다. "어차피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하니까 바람도 쐴 겸 같이 외식을 하는 거죠. 남편이 결혼 전에 아침마다 커피 향을 맡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요즘은 남편이 들려주는 음악 덕분에 아침이 즐거워요."

강 씨는 도슨트 일로 받는 수당은 적으나마 모두 손자들 통장에 용돈으로 보낸다고 했다. "손자들에게 친절한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저를 보고 손녀가 '저도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는 뿌듯함을 느끼죠. 사람들 머리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명수필을 한 편 쓰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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