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래 목표는 총선 최소 100석
원내교섭단체 구성 의석 확보로 선회
대선용 제3당 창당했다 대부분 실패
꿈 포기하지 않았다면 집에 돌아가야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3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목표가 '3당 체제의 정립'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는 원래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안철수 신당'이 높은 인기를 구가할 때만 해도 그는 '마지노선은 100석', 즉 총선에서 최소 100석 이상을 노린다고 말하고 다녔다.
100석 이상을 가진 정당이 제3당일 리 없다. 그의 목표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제2당이 되어 3당으로 전락한 더민주를 흡수'통합하는 것이었다. 당내에 세력이 없는 그가 이른바 '친노 패권'을 깨고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되려면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모해 보이지만, 그로서는 한번 해볼 만한 도박이라 생각할 이유가 있다.
가령 이런 시나리오다. 반문(反文) 정서를 이용해 호남지역만 석권하면, 수도권에서 더민주와 의석을 비슷하게 나눠 가져도 신당은 저절로 제2당이 된다. 물론 총선은 야권의 참패로 끝날 것이나, 그 패배가 분열에서 비롯됐으니, 분노한 야권 지지자들은 이제 야권을 향해 통합을 외칠 것이다. 그 여론에 힘입어 제3당으로 밀려난 더민주를 접수하는 것이다.
이 꿈이 깨지는 데에는 채 한 달이 안 걸렸다. 그가 '3당 체제의 확립'을 말하는 것은, 그의 목표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이 정도라면 실현될 수도 있을 현실적 목표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그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며 꿋꿋이 제3당의 길을 가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걷겠다는 제3당의 길과, 아직 포기하지 않은 대선후보의 꿈이 서로 양립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많은 인물들이 제1당이나 제2당 안에서 후보가 되지 못해 제3당을 결성했다가 실패한 예들이 있다. 그렇게 특정인물을 대선후보로 옹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3당들은 잠시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사라져 버렸다.
그 많던 제3당들이 하나같이 사라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당의 기초는 1당이나 2당 안에서는 이룰 수 없는 대권의 꿈을 간직한 특정인이고, 그 당의 성원들은 그의 반짝 '인기'에 묻어 1당이나 2당에서는 받을 수 없는 공천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그 특정인의 거품이 꺼지는 순간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밖에.
그 많은 제3당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정의당뿐이다. 이 조그만 정당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뚜렷한 이념을 가진 헌신적인 활동가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열성적 지지자들 덕분이다. 그런 활동가와 지지자들마저 십수 년에 걸친 3당 생활에 지쳐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3당 체제는 고사하고, 제3당으로서 생존 자체가 어렵다.
게다가 제3당으로 지내는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집권여당에 무시당하고, 제1야당에 무시당하고, 갑자기 튀어나온 신당에 밀려 선거도 치르지 않고 4당으로 강등되는 수모도 겪어야 한다. 지난 1월 안철수 대표는 정의당만 빼놓고 1당과 2당을 향해 '민생정책을 위한 3자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피차 교섭단체를 못 이룬 처지이지만, 이렇게 같은 신세의 3당에게까지 무시당해야 한다.
그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 광야에서 먼저 십수 년을 살아온 정당의 지지자가 볼 때, 광야에 나가면 그는 100% 죽는다. 길냥이는 배를 곯아가며 길에서 살 수 있지만, 집에서 고이 자란 집냥이는 길바닥에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도 길냥이의 낭만을 추구하겠다면, 먼저 집사들에게 극진하게 왕 대접 받으며 살 생각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길냥이가 되는 게 원래 그의 꿈은 아니었잖은가. 다른 고양이의 자리를 빼앗으러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길냥이로 나앉았을 뿐 꿈은 여전히 광야가 아니라 집안의 상석에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자존심은 좀 구겼지만, 아직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기회란 오는 것도 아니고, 잡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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