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먹었던 '약소'가 육지 소였다고요?"
울릉도에서 '약소' '칡소'란 이름으로 팔리는 소고기 절반 이상이 육지에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약소는 '울릉 칡소'와 함께 울릉도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약소는 1998년 상표등록을 한 울릉군의 한우 브랜드. 울릉도의 갖가지 산야초를 먹고 자란다고 붙인 이름이다.
칡소는 일제의 수탈과 한우 개량 정책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던 전통 한우다. 칡넝쿨을 닮은 검은 줄무늬가 있어 범소, 호반우로도 불린다. 울릉군은 2005년부터 칡소특화단지를 만들어 육성하고 있다.
울릉 칡소는 2013년 슬로푸드국제본부의 '맛의 방주' 목록에 오르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울릉도에서 사육하는 한우(약소) 400여 마리 중 70% 정도가 칡소다.
이런 이유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상당수는 약소나 칡소를 맛보고 돌아간다. 그러나 기자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릉군 내 소 도축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관광객이 맛본 소고기의 상당수는 육지 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릉군 내에서 도축한 소는 모두 223마리(137t). 이 가운데 45%인 100마리가 도축을 위해 육지에서 들여온 소였다.
다른 지역에서 도축된 소가 들어오는 수량을 포함하면 육지 소고기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정확한 양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최소 한 해 울릉도 도축량 정도는 육지에서 들어온다"는 게 군 내 식육판매업자들의 한목소리다. 울릉도에서 한 해 유통되는 소고기의 3분의 2 이상이 육지산인 셈이다.
반면 울릉군 내 식육취급 식당 대다수는 메뉴판 등을 통해 약소를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상호에 '약소'를 내건 음식점 5곳 가운데 4곳이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울릉도에서 도축을 하지 않았을 정도다. 일부 관광객은 육지 소고기만 판매하는 식육점에서 소고기를 사서 돌아간다. 한 식육판매업자는 "울릉도에서 약소를 먹은 관광객 3명 중 최소 2명은 육지 소를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주민은 "원산지를 속이는 비양심적인 상행위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결국 울릉도 관광시장 전체를 망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울릉군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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