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아위타'(忘我爲他).
기자가 만들어 낸 사자성어다. 험한 세상 나름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한 방편이다. '나를 잊고, 타인을 위하자'는 뜻이다.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려면 낯이 간지럽고, 잘 안됐을 경우 마음도 괴롭다. 하지만 대의가 타자를 향하면 마음은 한결 편하다.
요즘 일상에서 황당 또는 당혹스러운 일의 발생 빈도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갑절 이상 늘어났다. 부탁 아닌 청탁 같은 민원을 언론을 통해 해결하려는 민간 브로커들의 접촉 시도도 잦아졌고, 고마움을 모르는 뻔뻔한 지인들도 많다. 술자리에서도 줄기차게 황당 궤변을 늘어놓거나, 술값을 안 내려고 슬쩍 도망치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래, 한발 물러서자. 자신을 돌아보지 말자. 내가 조금 손해 보면, 다들 편하겠지"라고 다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이 '망아위타'의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을 돌아봐도 '가진 자들이 더하다'는 말은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유명인(연예인)이나 부자들은 가시적인 특별한 명분이 없는 한, 돈이 없어 허덕이는 단체의 재능 기부에 냉정하다. 지역이 낳은 한 스포츠 스타는 청소년을 위한 기부 특강 요청에 "난 500만원 안주면 안 갑니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특정 분야의 한 저명인사는 민간단체가 특강 요청을 하자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강의료 300만원 드리겠습니다"고 제안하자, 눈빛이 달라지며 "그럼 일정 한 번 잡아보겠습니다"며 태도가 돌변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변질된 '노블레스 오블리주'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린내 나는 그들의 잇속 차리기에 염증을 느낄 정도다.
가진 자들의 이면은 철저히 '망타위아'(忘他爲我)에 가깝다. '타인은 완전 무시하고, 자신을 위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넉넉한 사람이 베푸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권력'명예'부'재능을 가진 자들을 빈털터리들이 떠받치는 구조니 사회 전체가 이전투구하고, 나라의 총화된 에너지는 소모적으로 낭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망아위타'의 응용 전술로 '아바타' 전략도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자연인 정현철(서태지의 본명)이 문화대통령급 스타인 '서태지'라는 아바타를 컨트롤하고 조정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서태지'를 정현철이 만들어낸 아바타 스타로 분리해서 보자. 그러면 자연인 정현철의 기쁨과 아픔은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생 속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과 아바타 '권 기자'는 따로 움직일 때가 있다. '권 기자'는 전략적으로, 때로는 본심과 다르게 감정 없이 판단하고 행동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응용법을 쓰니, 일상에서 감정의 손실도 줄어들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물론 기저에는 '망아위타'라는 대의명분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 아바타를 잘못 조정하면, 자연인이 큰 화를 입거나 뼈저린 후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으로 걱정'근심에 쌓여 열정과 패기를 잃어가는 대학생들을 만날 때도 가끔 '자신의 아바타'를 한번 키워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작 본인이 덜 괴롭기 위한 '정신이탈'의 전략을 구사하라는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판을 보면 제정신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 난장판부터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 불황에 끔찍한 사건 사고 등 하루가 멀다하고 속 시끄러운 얘기들이 들끓고 있다. 뉴스를 보면 "우째~,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절로 쏟아진다. 이런 시끌벅적한 세상에선 '망아위타'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물론 자신의 욕심을 버리더라도 괴로운 일은 화수분처럼 계속 생겨날 것이다. 삶의 생산적인 에너지를 쏟으려면, 자신을 내려놓고 남을 먼저 보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덜 괴롭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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