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술한 독극물 관리가 살인 부른다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 60대 2명 가운데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중태에 빠진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지난 9일 마을회관 김치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마신 뒤 복통으로 쓰러졌고, 경찰 조사 결과 소주와 잔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 이 독극물은 맹독성 살충제인 메소밀로 지난해 7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성분이다.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를 해치려고 소주에 독극물을 넣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그동안 메소밀에 따른 인명 피해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맹독성이지만, 무색무취여서 사전에 알아채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04년 이후 전국에서 메소밀과 관련한 사건은 10건이 일어났다. 숨진 사람도 12명이다. 이 가운데 오용이 아닌 의도적인 살인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 8건이지만, 4건은 아직 범인조차 잡지 못했다. 지난해 상주 사건은 현재 재판에서 다툼 중이다.

독극물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취급 부주의 때문이다. 농촌에는 제초제와 살충제 등 독극물이 흔하지만, 판매되고 나면 관리가 어렵다. 판매물 대장 등을 조사한다 해도 당사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는 메소밀에 대한 허술한 관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메소밀은 2012년부터 제조와 판매가 중단된 제품이다. 그러나 이미 판매한 제품은 수거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농가에서는 흔한 농약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상주 사건의 수사 때 사용하다 남은 메소밀이 마을의 여러 집에서 발견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번 사건도 지난 상주 사건처럼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당시 김치냉장고에는 30여 병의 소주가 더 있었고, 앞서 마신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한, 마을회관 인근에는 CCTV가 없어 초동수사부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경찰이 철저한 수사로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맹독성 농약 관리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메소밀처럼 이미 4년 전에 제조가 중단된 제품까지 아직 버젓이 나돌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사용 당사자가 치밀하고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당국도 관리 상태를 수시 점검해야 한다. 메소밀처럼 이미 생산 중단된 제품은 일제 수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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