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겨낼 돌파구가…" 이세돌 3차전, 과학자들 불리 예상

수 싸움 바둑, 연산능력이 좌우…인간이 컴퓨터 당해낼 재간 없어

"인공지능(AI)에게 제멋대로 쓴 필기체 글자를 읽어 보라고 하면 쉽게 못 할 겁니다. 다만 수 싸움의 집합체인 바둑에서는 인간의 연산 능력으로 기계를 이길 리 만무하죠. 제3국도 알파고의 승률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2차전까지 연패한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1시에 열리는 3차전만큼은 이길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뇌'AI'IT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남은 3번의 대결에서 모두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7년 체스를 정복한 AI가 2016년에는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해 바둑까지 평정했다는 평가다.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라종철 박사는 판단 과정의 차이를 들며 알파고의 승리를 점쳤다.

라 박사는 "눈앞의 여러 돌을 두고 확률 연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AI에 비해 인간의 판단 과정에는 감정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 요인이 개입한다"며 "알파고는 각각의 수가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등의 형세까지 판단하는 만큼 사람이 AI의 수읽기 속도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 박사는 "특징만으로 대상을 인지하는 능력에서는 AI가 인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자동 가입 방지용으로 내놓은 불분명한 문자가 그 예"라며 "AI에게도 한계란 있는 만큼 각자가 유능한 분야에서 인간과 AI가 서로 보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도 "지금의 조건으로는 이세돌 9단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알파고는 입력된 값을 통해 정답을 도출하는 '알고리즘'(규칙의 집합)이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와 결합된 수학 그 자체"라며 "알파고는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모든 착점에 대해 순식간에 대국 끝까지 수읽기를 예측해 가치평가를 한다. 그에 반해 인간은 30∼40수 정도 앞을 내다보는 수읽기를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기계의 수읽기 시간을 제한하든지 아니면 수읽기 한도를 30, 40수로 제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알파고가 반드시 이긴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북대 컴퓨터학부 박성배 교수는 "알파고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계속 이기는 기술만 연구한다. 이걸 '강화학습'이라고 한다"며 "결국은 기계가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일 뿐이다. 승부는 반반이라고 본다. 이세돌 9단이 절대 불리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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