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LA 다저스의 명감독이었던 토미 라소다는 야구 팬의 마음을 짧고도 강렬한 이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뒤집어 말하면 '야구가 시작하는 날은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이리라.
다음 달 1일 홈 개막전을 겨우내 기다려온 삼성 라이온즈 팬이라면 여기에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을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은 삼성 라이온즈 걱정'이라고. 메이저리그가 부럽지 않은 국내 최고의 야구장이 드디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구석구석을 소개한다. 치어리더, 장내 아나운서, 그라운드 관리자와 열성 팬의 기대도 들어봤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새 야구장 흙 전문가 이태건 씨
'우리나라 야구장에는 미국에서 건너온 흙이 깔려 있다.' 야구팬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사실이다. 오는 19일 개장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도 그라운드의 모든 흙은 미국에서 가져온 흙이다.
우리나라에도 흙이 많을 텐데, 굳이 바다 건너 미국 흙을 쓰는 이유는 뭘까. 삼성라이온즈파크 흙 관리를 맡고 있는 이태건(39) 씨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흙은 대부분 마사토인데, 흙이 물러서 선수들의 스파이크가 닿을 경우 잘 부서지는 성질이 있다는 것. "선수들이 스파이크 징이 달린 운동화를 신는 이유가 갑자기 달릴 때 지면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데, 흙이 부서지면 이런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흙은 단단해요. 그래서 달릴 때 편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부상 방지다. 마사토 경우 잘 부서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스파이크 자국이 그라운드 곳곳에 남게 된다. 이 흔적에 타자가 때린 공이 닿을 경우 불규칙 바운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에게 불규칙 바운드는 부상으로 몰고 가는 위험요소인 것.
이 씨는 우리나라에 메이저리그 흙을 처음 가지고 온 주인공이다. 인터넷 쇼핑몰 일을 하면서 LG 트윈스 프로야구단과 인연을 맺고 있던 이 씨에게 지난 2012년 여름, 이 야구단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LG는 스토브시즌에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하는데, 미국 흙이 너무 좋다면서 이 흙을 국내로 가져올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보더군요. 그게 우리나라 야구장에 메이저리그 흙이 들어온 계기가 됐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잠실야구장에 처음 메이저리그 흙이 도입했고, 대구시민야구장에는 이듬해 깔렸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사용하는 흙을 수입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검역 때문에 반입이 어려운 탓이었다. "미국에도 야구장에 쓸 흙을 만드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우리나라 미생물검사 같은 검역법을 통과할 수 있는 흙은 캘리포니아 흙이 유일했어요. 겨우 기준을 맞출 수 있었지요."
미국에서 들여오는 흙은 총 세 가지다. 마운드에 사용하는 '마운드클레이'와 내야에 깔린 '인필드믹스', 기존 흙에 습기를 공급하기 위해 뿌려주는 구운 황토인 '컨디셔너'다. 수입 가격은 컨디셔너가 t당 500달러로 가장 비싸고, 마운드클레이가 t당 450달러, 인필드믹스는 t당 320달러 수준이다. 국내 흙 가격이 t당 20만원임을 감안하면 약간 비싼 편이다.
"이번에 새로 지은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사용하기 위해 300t가량의 메이저리그 흙을 수입했습니다. 운송비까지 포함해서 총 3억원이 들었지요. 좋은 흙에서 야구선수들이 부상 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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