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시카고 유세장에서의 폭력 사태가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둔 미국 대선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돌출했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을 비롯해 소수계층을 비하하고 반(反) 이민 성향을 노골화하는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시카고에 이어 12일 오하이오주와 미주리주에서도 잇따른 시위자들의 시위와 항의로 유세가 지연되거나 파행이 빚어졌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폭력배'에 비유하며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공화당 경쟁 후보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일제히 "트럼프의 책임"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어 향후 경선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시카코 이어 오하이오'미주리서도 시위…퇴장…파행=이날 트럼프가 가는 유세장마다 시위와 항의, 퇴장과 같은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유세장 안팎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의 연설을 방해했다. 특히 오하이오주 데이튼 유세에서는 괴한 1명이 트럼프가 연설 중인 단상으로 돌진하면서 연설이 2분 정도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저녁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인종차별주의를 추방하라", "인종차별주의는 비 미국적"이라는 피켓을 든 시위자들이 장내에 들어와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의 연설이 20분 가까이 중단되는 파행을 빚었다.
◆결전 앞둔 루비오'케이식 "트럼프의 책임" 때리기=미니 슈퍼 화요일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즉각 맹비난을 퍼부었다.
분열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당 전체가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 주류 내부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힐러리'샌더스 이어 오바마까지 트럼프 맹비난=클린턴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의 추하고 분열적이며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는 언사가 잘못됐다"며 "만일 성냥을 갖고 놀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불을 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방화"라고 비난했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트럼프는 멕시코인들과 흑인들을 매우 상스러운 방법으로 모욕하고 있다"며 "폭력사태를 멈추게 하는 것은 트럼프에 달려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해 "모욕과 조롱, 사실 조작, 편 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마이웨이'=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주 데이튼과 클리블랜드,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예정대로 유세 일정을 이어가면서 이번 사태에 흔들리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배들 때문에 (시카코) 집회가 취소됐다"며 "대도시에서 집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시위대를 겨냥한 뒤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것이냐. 집회의 권리는 어디로 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견해=시카고 유세장 폭력 사태가 단순히 일과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차별적 언행'에 대해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소수인종의 반감이 뿌리깊게 확산돼 있어 앞으로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시위대를 다루는 트럼프의 대응이 지나치게 '고압적'이어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폭력 사태는 다시 한 번 트럼프의 거친 언행과 '자질론',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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