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이구(臨事而懼), 어려운 시기에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 일을 잘 성사시킨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포항은 임사이구가 절실하다. 간판인 철강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건설, 서비스 등 연관 산업과 종사자들마저 줄줄이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포항 지역의 제조기업 90곳 가운데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은 6곳,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인 기업도 19곳에 이른다. 부채비율 500% 이상인 한계 기업도 19곳에 달하며, 이들 기업의 총부채는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가 2014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숫자를 뛰어넘는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가 왔는지 몰랐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던 시민들도 장기 불황으로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침체된 포항 지역의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항만과 항공 등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산업에 숨통을 틔우고 비효율적이거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우선, 육로를 통한 물류 대동맥을 영일만항과 연결해야 한다. 2009년 개장한 영일만항은 철강 경기 침체와 러시아 수출 중단으로 물동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항만 배후산업단지 조성도 지지부진하다 보니 자체 물동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일부 산업단지가 완공될 예정이지만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사회간접자본(SOC)을 조기에 확충하고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은 물론 북방 교역의 중심 항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늘길도 다시 열어야 한다. 보수 공사를 마무리 중인 포항공항은 현재 대형 항공사의 재취항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3월 중에 모든 공사와 항공 안전 점검을 완료하고 민항기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었지만 대형 항공사들이 경제성과 KTX 개통을 이유로 운항 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이 위치한 포항공항이 항공사들의 편의에 따라 운항을 멈춘다면 시민들의 불편함을 떠나 지역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포항공항은 앞으로 짓게 될 울릉도공항과 연계하면 관광객 증가와 세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청정화력발전설비 투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포항은 '청정연료 사용지역'에 포함돼 포스코 공단에서는 석탄을 사용해 발전을 할 수 없다. 경쟁사인 일본의 신일철주금, 중국 바오산스틸 등이 전력 사용량의 90% 이상을 석탄과 부생가스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과 달리 포스코는 석탄을 땔 수 없어 자가발전비율은 45%에 불과하다. 부족한 전기는 한전으로부터 사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전기료만도 연간 7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로서는 철을 팔아 전기료를 내는 꼴이다.
아울러 신설되는 동해안발전본부의 행정 기능을 더욱 확대해 포항 지역과 공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항, 경주를 중심으로 한 동남권 지역은 철강과 원자력, 해양과 역사문화를 두루 갖춰 경북 지역의 경제 문화를 이끄는 중심지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행정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행정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해양, 항만 관련 분야에 국한하지 말고 문화, 관광, 환경 등 복합 기능을 갖춘 구조로 확대 개편해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말처럼 제2의 형산강 기적을 위해 포항시민 여러분,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 다시 한 번 해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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