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사랑한데이

김찬극
김찬극

오늘은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날인 '화이트데이'다. 2월 14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고, 이도 저도 아닌 솔로들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4월 14일 '블랙데이'도 있다. 이외에도 매월 14일마다 온통 무슨 데이라고 하니 데이가 참 많기도 하다.

서양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연인들끼리 서로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화이트데이에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것은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로 화이트데이를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정도라고 한다. 더군다나 솔로들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는 그 유래조차 불분명하다. 그래서 상술로 만들어진 날이라 하여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의 트렌드요, 문화인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겠지만 종교를 떠나 축복하고 사랑하는 크리스마스처럼 일상에서 잠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랑이 꼭 남녀 간의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가슴 절절한 첫사랑의 기억은 세월이 지나 빛바랜 추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애증이 되어 남기도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한없이 가슴 뭉클한 존재가 있다.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이 나를 믿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유일한 존재, 나를 위해서 아낌없이 당신을 희생하고 목숨까지도 거는 존재, 바로 부모님이다. 어릴 때는 그 큰 사랑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그 마음 한 자락을 겨우 깨칠 뿐이다.

부모님 하면 응당 떠오르는 단어는 효도일 것이다. 효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를 정성껏 잘 섬기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일진대, 생각하면 왠지 마음 한편이 무겁고 불편해진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바람은 결국 자식 잘되는 것, 자식이 행복한 것일 텐데 과연 그 기대에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이다. 게다가 살갑지도 않고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자식이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요즈음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도 있지만 부모님이 그저 곁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 한영이 지은 '한시외전'에 "나무가 잠잠하려 해도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이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껏 가슴 깊숙이 묻어 두기만 했던 말, 오늘 한번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부디 부모님의 시계가 더디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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