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원영군 끝내 주검으로…폭행·굶주림 흔적

소변 못 가린다고 욕실에 가둬…계모·친부 "방치하다가 암매장"

계모에게 학대받다 숨진 신원영군의 유골함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에 안치되어 있다. 2016.3.13/연합뉴스
계모에게 학대받다 숨진 신원영군의 유골함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에 안치되어 있다. 2016.3.13/연합뉴스

7살 신원영 군이 계모의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친부와 계모는 신 군의 시신을 열흘간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평택경찰서는 계모 김모(38) 씨가 지난달 1일 원영 군을 욕실에 가둬놓았고,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되자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해 뒀다가 암매장한 사실을 수사팀에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달 1일 오후 1시 원영 군이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않고 욕실에서 옷을 벗겨 찬물을 끼앉고는 20시간가량 가둬놨다. 다음 날 오전 9시30분께 친부 신모(38) 씨가 욕실 문을 열자 원영 군은 숨져 있었다. 신 씨 부부는 이후 10일간 원영 군의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방치한 뒤 같은 달 12일 오후 11시 20분께 시신을 차에 싣고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암매장 장소는 신 씨 아버지의 묘지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날이 밝자마자 청북면 야산에서 원영 군 시신을 수습했다. 원영 군의 시신은 옷을 입은 채 땅속 50㎝ 깊이에 묻혀 있었으며 백골화가 약간 진행된 상태였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숨진 원영 군의 사인이 지속적인 학대와 폭행에 따른 외상에 의한 것이라는 부검의 소견을 냈다. 항상 배고픔에 허덕이던 원영 군은 숨질 당시 키가 112.5㎝에 몸무게 15.3㎏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왜소했다. 평택경찰서는 12일 원영 군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국과수로부터 "사인은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 출혈 및 저체온 등 복합적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원영이 머리 부위에서는 장기간 폭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발성 혈종(피고임 현상)이 관찰됐고 온몸에선 멍 자국이 있었다. 경찰은 감금 이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폭행과 학대가 지속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경찰은 오랜 폭행과 찬물 세례로 인한 저체온증, 오랫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영양실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영 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소견을 바탕으로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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