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코드가 날짜를 기억할 때 두 자리로(예를 들면 1997년의 97)만 인식하기 때문에 99 이후에 올 00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재앙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는 '해프닝'이었다. 당시 각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한국, 이탈리아,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는 1999년 내내 다른 나라 기업까지 위험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새천년이 시작된 후 이들 국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밀레니엄 버그 공포를 조장한 IT 전문가들만 떼돈을 벌었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은 무려 5억파운드나 썼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등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밀레니엄 버그가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등이 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돈을 낭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요행일 수 있다. 이런 사실에서 주목할 것은 한국 등이 올바른 예측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할 것이며, 그 발전이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가는 인간의 예측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철학자 칼 포퍼는 그 이유가 인간 지식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미래의 지식을 알아야 하는데 설령 그 지식을 안다 해도 그때 그 지식은 미래의 지식이 아니라 현재의 지식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지식은 알 수 없고 따라서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실제 사례로도 증명된다. 대표적인 예가 저명한 미래학자 허먼 칸의 실패다. 그는 1967년에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인간의 지적'창의적 재능과 맞먹는 능력을 갖게 되거나 뛰어넘을 것이며, 날씨도 인간이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영학자 스티븐 슈나즈의 검증에 따르면 이를 포함, 칸의 예측은 75~85%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사례는 널려 있다.
알파고가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을 내리 3번 이기면서 인공지능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절대 영역마저 꺾을 것이란 음울한 예언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미래의 지식을 알 수 없으니 역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겠다. 미래는 알 수 없으므로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예언이 아니다. 동전 던지기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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