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아파트 관리비 비리, 제도'감시망 보완으로 뿌리 뽑아야

정부가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는 회계 부적합률이 4.1%, 경북은 8.2%로 낮게 나타났다. 국토부와 지자체 등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에서 대구는 제주(2.7%), 울산(4.0%) 다음으로 부적합률이 낮았다. 경북은 도 단위에서 경남(5.3%)에 이어 부적합률이 낮아 지역 공동주택 대다수가 회계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외부회계감사 등 관리비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주민 3분의 2가 동의해 회계감사 대상에서 빠진 공동주택 54곳을 제외하고 대구는 542곳 중 514곳, 경북은 382곳 가운데 355곳이 최근 감사를 마쳤다.

하지만 부적합률이 말해주듯 일부 아파트는 여전히 회계처리 기준을 어기고 관리비를 집행해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런 엉터리 회계는 그만큼 비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전국 8천319곳 가운데 19.4%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 예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관리소장이 공동 전기료를 과다하게 걷어 수천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고,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입주자대표가 입찰서류를 위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뒷돈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한국감정원 등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관리비 내용과 집행 실태를 단지 간 비교하고 감시하도록 유도해왔다. 관리비가 적정한지,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이 무관심하다면 비리 근절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주민의 힘만으로 상시 감시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비리가 고질적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관련 법규와 현행 관리업무 감시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련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회계감사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보고하도록 법 조항도 개정해야 한다. 감사를 방해하거나 허위 자료를 낸 관리업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과 지자체, 정부 등 이중 삼중의 감시망이 아니고서는 관리비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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