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情 넘쳐나던 '마을회관' 情이 죽었다

상주 이어 청송에 독극물 사건, 살인 부를만한 '분재의 씨앗' 농촌갈등 해소 교육 도입 필요

지난 13일 오후 청송 현동면 한 마을회관. 점심때가 지난 이맘때면 마을회관에는 주민 인기척이 날 법도 한데 회관은 텅 비어 있었다.

마을회관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눌인3리에서 농약 소주 사건이 터지고 나서 동네 노인들이 마을회관에 가는 걸 무서워한다"며 "지난주엔 몇몇 사람이 들렀는데 사건 직후부터는 사람들 코빼기도 안 보인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회관에 찾아오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에다 이달 청송 농약 소주 사건도 모두 마을회관에서 터지자 마을회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주민화합공간'이라는 기존의 인식이 여전히 큰 줄기를 이루지만 "여러 사건 발생을 볼 때 마을회관이 살인을 부를 만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송의 경우, 136개 자연부락에 마을회관이 202곳이나 된다. 마을회관은 노인회가 주로 쓰는데 이들 회원은 모두 5천600명 정도에 이른다. 군민의 20%가 넘는 주민이 마을회관을 '제2의 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을회관마다 연간 운영비와 난방비 등 350만~420만원가량을 군청에서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시골 노인들은 끼니를 함께 해결하거나 냉'난방비를 아끼고자 자연스럽게 마을회관에 모인다.

청송의 A(75) 할아버지는 "농촌도 사람 사는 공간인 만큼 빈부 격차가 있기 마련인데 마을회관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툼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며 "이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마을회관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데 다툼이 벌어지면 얼굴도 안 볼 만큼 심한 감정싸움으로 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권영만 청송재가노인지원센터장은 "마을회관은 노인들이 모여서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하며 여가를 즐기는 곳인데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견이 생기고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있을 수는 있다"며 "결국 갈등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을회관에 도입되어야 하며 최소한 읍'면 단위로는 사회복지사를 마을회관에 배정, 자주 그들을 돌보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마을회관은 노인들 간 소통 공간이며 정을 나누는 터전인데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냥 놔둘 수 없는 일"이라며 "마을회관을 찾는 노인이 줄어들면 홀몸노인 건강'안전문제도 새로이 발생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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