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신의 뜻이다."
영화 '레버넌트'에서 주인공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가 아들을 죽인 악당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를 처단하기 직전 내뱉은 말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복수하지 않고 인디언 추장에게 넘겨 죽이도록 했다. 이 영화의 대사처럼 복수는 신의 뜻일까? 글래스는 복수 후에 마음의 안식을 얻었을까?
심리학자들은 복수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욕망이고, 원시시대에는 오히려 인류 진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원시인들은 소수집단이어서 가해자에게 복수를 함으로써 다음번 공격을 막고 집단 내 결속을 다졌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손빈, 오자서, 구천처럼 복수에 목숨 건 남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고대에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어쩌면 복수는 이성을 갖지 못한 원시인의 행동 양식인지 모른다. 그래서 '복수는 인간의 일이고, 용서는 신의 일'이라는 속담이 있는 모양이다.
근대들어 제도적으로 복수를 허용한 사회도 있다. 일본 에도막부 때 무사계급의 특권 아닌 특권으로는 배를 갈라 죽는 셋푸쿠(切腹)와 함께 복수를 의미하는 가타키우치(敵討)가 있었다. 아코번 47명의 낭인무사가 벌인 복수극이 유명한데, 이를 소재로 한 '추신구라'(忠臣藏)는 현재에도 가장 인기 있는 연극이다.
무사가 복수를 하려면 막부의 허락을 얻은 후 동료, 친족의 격려 속에 복수행에 나섰다. 시간은 무제한이었다. 2년 내지 3년 만에 복수한 경우도 있지만, 10년, 17년, 29년, 심지어 41년 만에 원수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 복수는 1회만 허용됐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영원히 지속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복수 심리가 남다른 것도 전통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프는 '배신의 심리학'에서 '복수는 환경적인 요소로 그 욕망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복수 대신 용서에서 기쁨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가해자에게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으로선 쉽게 행하기 힘든 방법이다.
새누리당이 '배신의 정치'를 한 국회의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한다. '배신자'에 대한 복수 내지 보복이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칼자루를 쥔 것 같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복수 대리자일 뿐이다. '복수는 처음에는 달지만, 머지않아 쓰디쓴 보복을 초래한다'는 속담이 있다. 총선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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