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샤프, 기술적 우위에 몰두하다
시장 변화 읽지 못해 대만 기업에 매각
청년 이탈 막으려 정부에 의존하는 TK
같은 길 피하려면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일본의 샤프전자가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으로 매각된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왜 인수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는지, 앞으로 우리나라 전자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다. 홍하이의 자회사인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소니와 블랙베리 등의 제품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해 연매출 140조원을 웃도는 세계 3대 IT기업이다.
샤프의 몰락을 되새겨 보며, 그간 샤프가 기술적 우위에 몰두해 온 허망한 자존심과 대구경북이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자존심이 오버랩돼 씁쓸함이 밀려온다.
샤프는 초등학교 2학년도 채 마치지 못한 하야가와 도쿠지(早川德次)의 손에서 1912년 창업돼 100년을 이어온 기업이다. 창업자가 8살 때부터 금속 장인 밑에서 일하며 일군 기업이기에 항상 기술 개발에 전념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최초의 제품들을 만들어 온 것이 샤프의 성공 역사로 기록돼 왔다. 하야가와는 구멍 없이 조일 수 있는 버클 벨트를 고안해 창업했으며, 창업 3년 만에 기계식 연필인 에버 샤프 펜슬(Eversharp Pencil)을 발명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샤프펜의 효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는 사명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샤프는 일본 최초로 라디오와 TV 및 컬러TV를 생산했고, 세계 최초의 LCD TV도 샤프의 손에서 태어났다. 이처럼 샤프의 성공 스토리에는 시장의 변화를 읽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노력이 점철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삼성과 LG가 대형 LCD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전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한 반면, 샤프는 중소형 LCD 생산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재팬디스플레이(JDI)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생존을 추구하였으나, 원조라는 기술적 우위에 대한 자존심에 집착한 채 시장 상황의 변화를 읽지 못해 결국 해외 기업에 팔리게 됐다.
샤프의 흥망성쇠를 반추해 보면, 산업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으나 새로운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구축하지 못하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불과한 정치권력에 기대기만 하는 지역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지난 2월 19일의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를 통해 기사화된 모습이 정점이다. 대구시장은 '청년들의 고향 이탈을 막을 수 있도록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 하였고, 이에 대통령은 '규제자유지역 정책을 활용하여 지역성장 전략을 마련해 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고기 한 꾸러미 달라고 조르는 이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타이르는 모습이다.
대구시는 2030 장기 비전을 '남부경제권 지식 창의 중심 도시'로 설정하여 젊은 인재가 모이는 창조경제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준비되어 실행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최고의 인재 육성 터전인 경북대학교의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도 이를 중재·해결하기 위한 리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제2기 대구청년위원회 구성에 수십 만의 대구 청년 중 고작 76명이 신청하였다는 것은 얼마나 대구시의 정책이 지역의 청년으로부터 유리(遊離)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 오너들이 해외로 인재를 찾아 헤매듯이, 지금이라도 왜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에 정착하려 애쓰는지 지역의 리더들이 발 벗고 나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중앙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에 기대기보다 먼저 스스로를 낮추고, 기득권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 갓 태어난 거미 새끼가 어미를 먹고 자라나듯이, 우선적으로 대구경북의 자치단체가 공공구매나 발주사업에서 창의적인 청년 기업가들을 위한 테스트 시장이 돼야 하겠다.
기존의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화에 애로를 겪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창의기업을 위한 규제 프리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될 경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는 창의 기업가들이 앞다투어 지역에 터전을 잡으려 할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경륜이 풍부한 퇴직 공무원과 교수, 기업가들을 청년사업가의 후원자로 연결시키는 멘토링 사업을 통해 대구경북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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