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수필: 참 좋은 기사님께 박수를

저는 이른 아침, 첫 완행버스를 타고 시내로 일을 하러 갑니다. 늘 완행버스를 타다 보면 기사분들 모두가 참 친절하신데, 그중에서도 으뜸이신 기사분이 한 분 계신답니다.

그 기사님은 풍채가 좋으신 만큼 마음씨도 넉넉하셔서, 승객들이 차에 오르면 한 분 한 분마다 "어서 오세요~"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기사님만의 특유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내릴 때도 일일이 "안녕히 가세요~" 또는 "다녀오세요~" 하십니다.

이 말씀들을 들으면 가슴에 응어리져 있던 삶의 무게들이 스르르 녹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활짝 지어지며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아주 근사한 꽃구경이라도 가고 있는 양, 가슴이 아주 벅차답니다. 역시 내릴 때는 절로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하게 되고요.

이렇게 정말 뵙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이 기사님을 저는 운이 좋게도 지난 설날에도 뵈었답니다.

설날 오후에 가까이에 계시는 장모님을 뵈러 아내와 가는데, 마침 버스에 오르니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시지 않겠습니까?

기대도 안 했는데 기분 좋게도 제가 존경하는 기사님을 만나게 되어 저 역시 상기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했답니다.

그리고 새해 첫날, 기사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은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올 한 해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저희들에게는 좋지만, 기사님은 설을 어떻게 쇠었나 싶어 여쭤보았습니다. "기사님은 오늘 차례도 못 지내셨겠어요?"하고요.

"예~ 그렇습니다" 하시며 웃으시는 모습 또한 얼마나 인자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던지요.

저희야 설날부터 뵙게 되어 고맙지만 기사님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기사님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명랑하고 친절하게 운전하시는 그 모습이 아름다우셨습니다.

요즘도 가끔 뵙게되는 제겐 형님뻘되는 참 좋은 기사님이 언제까지나 그 친절 그 미소가 영원하시길 빌며, 오늘도 어느 구간에선가 웃음 잃지 않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실 친절하신 완행버스 기사님께 박수를 쳐드립니다.

주대영(상주시 청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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