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시: 치자 이야기

안개 자욱한 들판에 새 울고

황금빛 보석 빚어놓았다

늘 푸른잎 대접 받는 육각형

시린 손 똑 똑 물든다

고향 잔칫집 마당에선

웅성웅성 돼지 잡고

배추 무 쪽파 치자색 밀가루 반죽 입힌다

엎어놓은 솥뚜껑에 돼지기름으로

지글지글 전 부쳐

실고추와 참깨로 수놓았다

두부는 노란 물속으로 들어갔다

돼지 오줌보 얻어 신나는 아이들

삼나무 속대 꽂아 불어 꽁꽁 묶었다

영식이 철수도 새끼로 동여맨 고무신 신고

오줌보공 먼저 차려다 멍이 들면

엄마는 치자떡 부치고

무명천으로 싸맸다

각진 입 꼭 다물고 황금빛 세상 꿈꾸는 치자

올해도 실에 꿰어 처마 밑에 걸어두고

야금야금 빼앗아가야지

홍봉식(김천시 부곡 중앙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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