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를 곧잘 하는 학교 선배가 계신다. 촌철살인하는 한마디 말로 사람들을 웃기는데 그 재치에 누구나 탄복을 하게 된다. 이 선배와 함께 '점대위'라는 모임을 했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점심 해결을 위한 '점심대책위원회'의 준말이다. 어느 날 선배가 이런 제안을 했다. "점대위는 너무 심심하다. 점(點)은 1차원적이지 않은가. 점이 발전하면 선(線)이 되고, 선이 발전하면 면(面)이 되는 법. 우리 모임은 점대위에서 더 발전하자는 뜻에서 선대위라 하는 것이 어떤가."
그 기발함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한 것은 물론이다. 그 이후 우리 모임의 이름은 '선대위'가 되었다. 그래서 이 모임에서는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 모임도 가끔 한다. 언젠가는 면대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선배가 최근 모임에서 또 하나의 명언을 만들었다.
어느 식당에서였다. 두 후배가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다. 두 사람만 나갔다 온 것을 안 이 선배 왈,
"이 세상에는, 아니 우리나라에는 4대 연(緣'인연)이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은 다 알 거고…, 그다음이 뭔지 아는가? 바로 '흡연(緣)'이다. 그런데 당신들끼리만 나갔다 온단 말인가?"
'흡연'을 팽개친 후배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장 받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것이 바로 명언이 아닌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사무실의 애연가들을 관찰해보자. 혼자서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누구라도 근처에 있는 '동지'를 규합해 나가지 않는가. "어이, 한 대 피우러 갈까?" 혹은 "선배, 한 개비 하러 가시죠?" 하며. 담배를 나누는 인연이 보통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담배 '놉'을 하더라도 아무하고나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것이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흡연실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니 어찌 흡연(吸煙)을 '흡연'(吸緣)이라 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흡연으로 맺어진 인연이 끈끈할수록 금연, 혹은 단연(斷煙)도 어려워진다는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담배를 피우는 흡연이 4대 인연으로 발전해 '흡연'으로까지 불리는 판이니 혼자서 그 '연'을 끊어버리고 나오기가 쉽겠는가. 어쩌면 그 인연의 공유자들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힐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담배로 맺어진 인연의 서클 안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나 이제 담배 끊을래. 당신들끼리나 피우고 와"라 했다고 하자. 그 말은 당신들과의 인연을 그만 끝내겠다는 말로 들릴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지만 실행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금연의 1단계로 담배의 인연부터 끊어보는 건 어떨까. '단호하게' 구석으로 가 혼자 피워보라. 조금 처량할지도 모르지만 금연 결심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때부터는 나 혼자만 결심하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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