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널 기다리며' 배우 심은경

어느새 훌쩍 성장해 숙녀가 된 배우 심은경(22)은 연기 욕심이 많았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로봇의 목소리를 담당해야 했던 역할(영화 '로봇, 소리')이 싫었을 것 같은데 좋았단다. 오히려 "한국에서 로봇과 관련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아요? 저는 무척 좋았는걸요?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모두 좋아요"라고 만족해했다. 조만간 관객을 찾을 독립영화 '걷기왕'도 마찬가지 경우다.

개인적으로 영화 '써니' 이후 5년 만에 만난 그녀는 연기를 향한 고민이 깊어진 듯 보였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찍을 때만 해도 마냥 신이 났었는데 요즘은 아주 혼란스러워요. 내가 자꾸 허상을 좇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앞만 보고 달린 게 무슨 소용이 있지? 결론적으로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라는 생각에 한 번 더 신중해져야겠다고 느꼈죠. 이제 더는 어린 나이가 아니잖아요. 적어도 진솔하게 보이고 싶고, 가볍게만 보이고 싶진 않아요. 예전하고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으면 해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 추적을 그린 스릴러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는 심은경의 고민을 더 깊게 했다.

"한 번도 복수심에 불타오르지도 않았고, 누군가 15년을 기다린 경험 자체가 생소했죠. ('수상한 그녀'의) 할머니 연기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할머니 역할은 우리 엄마를 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건 아니더라고요. 희주만의 특별한 오묘한 느낌이 있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라서 고민을 많이 하고 연기한 것 같아요. 희주의 감성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고민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저게 최선이었나?'라는 생각도 하긴 했어요. 메인 포스터에 나만 걸려 있는 것도 괜히 쑥스럽고 부끄럽더라고요."

심은경은 미국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뉴욕에 있는 프로페셔널 칠드런 스쿨에서 3년간 유학했다. 그는 "견문을 넓혀 좋은 기회였다"고 했으나 미국에서의 활동에 대한 꿈은 아직 없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병헌 선배처럼 미국에서도 멋지게 활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 내게 맞는 게 무엇인지부터 깨닫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남자 친구나 술자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 두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를 끝내고 뒤풀이하면서 (소속사) 대표님과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대표님, 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요'라고 울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난 정말 연기가 하고 싶다"고 바랐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시나리오가 매력적이거나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배우가 아닌가 해요. 그게 내가 생각하는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의 심은경은 10대 시절을 아쉬워하면서도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어릴 때는 과감하게 덤벼들었던 게 많아요. 최근 들어 '내가 과연 이렇게 나를 내세워 작품을 공개할 만큼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연기에 대한 본질을 찾고, 나의 감정 쌓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는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스스로 고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기를 할 때 연애의 감정도 아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하니, "연애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10대 때 내 학창 시절을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왜 할 법한 것들을 못해보고 답답하게 살았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간직할 수 있는 시기에 뭔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지금도 늦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혼자 여행도 가보려 하고, 영화도 많이 보려고 해요. 연애도 자연스럽게….(웃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