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수도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가 지금의 도시 구조를 갖춘 건 약 150년 전이다. 1853년 파리 시장이 된 오스만 남작은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대로들을 건설하고 공공건물과 도서관, 극장 등을 고르게 분포시켰다. 또한 대공원인 불로뉴 숲 등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상'하수도망을 건설해 시민 생활에 대혁신을 가져왔다. 이른바 파리 대개조 사업이다.
이후 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화 사업, '라데팡스'로 불리는 신도시 건설, 미테랑 대통령의 대규모 문화 건축물 프로젝트인 '그랑 프로제' 등 단계적인 도시계획을 거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문화도시로 발전해왔다. 파리가 도시 개발에 성공한 이유는 미래를 내다본 도시계획을 규범화하고 예외 없이 지켰기 때문이다. 도심 건물 높이와 외관 제한, 상업 보호, 녹지 확보와 조망권 보장 등 개발의 원칙은 오랜 세월 유지됐고 시민 의견 청취와 설득 과정도 소홀함이 없었다.
도시계획이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규범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도시계획은 도로와 건물의 배치 등 토목과 건축 측면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사회·경제·문화적 측면까지 반영함으로써 도시 경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수성구 대구대공원 조성과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에 대처하는 대구시의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동물원 이전을 포함한 대구대공원 조성은 1993년 도시계획으로 결정되었고 2001년에는 실시설계까지 이루어졌다. 물론 복잡한 현실에서 과거의 도시계획에 문구 그대로 얽매여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산 사정이나 환경적 문제 등도 당연히 감안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융통성도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발휘되어야 합리적이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대구대공원 조성의 목적이다. 대구대공원은 전체 부지의 10% 정도에 불과한 동물원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근에는 서비스산업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가 중요해졌다.
수성구는 지난해 용역을 통해 공원 조성이 가능한 방안을 찾아냈고, 투자 의향을 가진 기업들도 복수로 나타나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민간기업이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부지 일부를 자체 개발하도록 하는 국토교통부의 민간공원 조성 특례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으로, 절차가 간소하고 재원 부담도 적어 공원 조성이 용이하다. 이런 방식의 사업은 이미 전국 9개 시·도 44곳에서 추진 또는 검토하고 있다.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은 단순히 수성구냐 달성군이냐의 입지 갈등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다. 대구의 어메니티를 높이고 시민들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도시 경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동대구로와 달구벌대로, 신천대로와 4차 순환도로를 계획하고 건설해 대구의 교통 여건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낸 전임 도시 경영자들의 거시적 안목을 배워야 한다.
인구 250만 대구라면 이제 런던 하이드파크,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이 도시 규모에 걸맞은 대공원 조성이 필수다. 달성토성 복원을 통해 도시의 역사성을 되살려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동물원 이전을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 이들 대형 사업에 부수된 사업으로 보면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다.
인도의 민족지도자 간디는 나라를 망치는 일곱 가지 사회악 가운데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를 가장 먼저 꼽았다. 대구대공원 도시계획에 담긴 도시 경영의 원칙과 비전에 대한 대구시의 숙고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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