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4'13 총선 후보 '옥석 가리기'를 사실상 끝냈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경선 및 결선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고,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대해선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천 심사는 끝내기 국면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기치로 공관위는 힘차게 발을 내디뎠으나, 친박-비박계 간 지분 다툼, '살생부' 파문, 여론조사 문건 유출, '막말' 논란 등 내외부 악재와 일부 공관위원들이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일방적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관위가 파행을 겪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일부 현역의원과 예비후보는 공관위의 공정성과 심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의제기, 탈당, 무소속 출마로 '그릇된 판단'을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현역 26명 아웃
16일까지 공관위는 공천신청자 820여 명을 심사해 전체 지역구 253개 가운데 250개 지역에 대해 경선 및 우선'단수추천 등을 결정했다. 호남지역 2곳과 이번 공천의 최대 관심사인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만 남았다. 7차례에 걸친 공천 심사 발표로 현역의원 중 26명이 공천배제나 경선패배 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대구경북에선 3선의 김태환'서상기'주호영 의원이 공천 탈락했고, 대구의 초선의원 4명은 경선에조차 나가지 못했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도 공관위 심사를 넘지 못했고, 비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도 쓴잔을 마셨다.
여기저기서 공관위 심사에 불복하는 사례도 나왔다. 현역 1호로 컷오프된 김태환 의원은 "구미 시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가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도 최고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번복되지 않았다.
◆쑥대밭 된 대구
표적 공천이 대구로 향하면서 대구는 쑥대밭이 됐다.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가 남았으나 16일 현재 6명의 현역의원이 컷오프됐다. 2명의 의원이 총선에 나서지 않아 현역 교체폭은 19대 때의 7명을 이미 넘어섰다. 수도권은 계파를 불문한 경쟁력 중심의 공천이 이뤄졌지만, 대구의 경우 대표적인 현역 물갈이의 중심지가 됐다. 우선추천지역이 적극 활용됐고 친박계 후보들이 대거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이른바 '진박 6인방' 중 동을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공천 여부만 결정나지 않은 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공천이 확정됐고, 윤두현'곽상도'하춘수 예비후보는 경선 기회를 가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에 의석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수도권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텃밭인 대구경북은 '공천이 곧 당선'이어서 계파 간 힘겨루기의 격전장이 됐고,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친박계가 집권 후반기 국정안정을 위해 유승민 의원과 친유승민계 의원들 찍어내기에 나서면서 전략공천의 수단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경남 현역의원들이 대거 재공천된 것과 친박계가 대구경북에서 전략공천을 적극 활용한 점을 들어 양측이 모종의 협상을 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선에선 현역 우위
상향식 공천을 지향한 경선에서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대부분 현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접전지인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당선 가능성을 이유로 현역의원에게 경선기회가 주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생환자가 늘었다. 부산'경남은 대부분의 현역의원이 재도전 기회를 잡았다. 대구경북의 현역 교체 폭이 컸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현역의원 100명 이상이 총선에 재도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에 대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민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았던 탓에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이 공천 열매를 따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본선에서 '바꿔 열풍'이 불면 경선서 보인 '현역 강세'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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