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을 죽인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영어 표현은 많다. Massacre는 1770년 3월 5일 영국군과 보스턴 시민이 충돌한 보스턴 대학살이나 1792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반혁명파에 대한 혁명파의 9월 대학살 등에 쓰인다. Slaughter는 전쟁에서의 대학살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가축 도살에 가깝다. 또한 Genocide는 아프리카 부족이나 이민족과의 전쟁 과정 등에서 보이는 인종 학살 또는 말살의 뜻이다.
이런 낱말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번제(燔祭'고대 종교의식에서 동물의 희생의식)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코스트(Holocaust)일 것이다. 2차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가리킨다. 사실 유대인은 홀로코스트 대신 재앙을 뜻하는 히브리어인 쇼아(Shoah)라고 부른다고 한다. 번제라는 낱말 안에는 신에게 바쳐지는 데에 대한 기쁨이나 희생 제물의 구원이라는 뜻을 포함하는 데 반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그야말로 계획적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무자비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서 가장 많이 들은 낱말 가운데 하나가 '학살'일 것이다. 야당의 '친노 학살'은 이해찬 전 총리에 대한 공천 탈락으로 완성됐다.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겪은 여당은 '친이' '비박' 또는 '친유승민' 학살로 매듭지어졌다. 대구만 따진다면 아직 결정이 안 된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3선의 서상기 주호영 의원과 초선인 류성걸 김희국 홍지만 권은희 의원 등이 탈락해 3선 및 초선 학살이 됐다. 다른 초선인 김상훈 윤재옥 의원도 경선을 거쳐야 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최근 몇 번의 총선에서 '학살'은 늘 반복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병풍이 돼 친이의 친박 학살이 있었고,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친박의 친이 학살이 벌어졌다. 정확한 보복극이었던 셈이다. 올해는 4년 전의 가해자가 친박, 비박으로 세포 분열해 일방적인 학살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학살의 가해자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보복은 반드시 가해량과 같거나 더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보복 살인, 보복 폭력, 보복 운전 등 보복 행위를 가중 처벌한다. 이번 학살은 다가올 총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4년 뒤에는 또 다른 보복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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