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부소방서 신천안전센터가 15일 실시한 '긴급 출동 차량 길 터주기' 훈련에서 시민이 보여준 반응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이날 훈련은 동구청 앞 골목길의 주택 화재를 가상해 소방차가 현장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긴급차량의 길을 막는 장애물은 없는지 살펴볼 목적이었다. 하지만 긴급차량에 적극적으로 길을 양보하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심지어 소방차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차량도 목격됐다.
훈련을 진행한 구간은 안전센터에서 가상 화재 현장까지 2.8㎞다. 하지만 훈련에 투입한 6대의 소방차는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골든타임인 평균 5분을 훨씬 넘기고 9분 만에 겨우 현장에 닿은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구급차가 현장 출동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8분 18초다. 골든타임인 4~6분 이내 현장에 도착할 비율이 32.8%로 낮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봐야할 문제다. 한시가 급한 소방차'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갖가지 장애물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면 인명 구조나 시민 재산 보호는 사실상 어렵다.
정부는 2014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를 의무화하고 홍보와 함께 단속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구급차에 길을 터주는 차량이 많지 않은 것은 시민의 공공의식이 여전히 낮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포항과 울산시의 터널에서 구급차 사이렌이 울리자 즉각 가운데 차로를 비운 모범 사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시민 모두가 거듭 반성할 일이다.
긴급차량 운행에 대한 양보운전 요령을 제대로 모르는 것도 문제다. 도로교통법에 교차로나 일방통행로, 편도 2차로 이하는 우측 가장자리, 3차로 이상이면 2차로를 비우고 좌우로 피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이 '긴급차로'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양보운전 요령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비상 시 정확한 행동 요령을 개개인이 숙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이다. 관계 당국도 지속적인 홍보와 훈련을 통해 비상 요령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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