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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환쟁이' 96세 원로화가 신석필 특별 회고전

1·4후퇴 때 대구에 정착한 실향민…그리운 고향·이산의 아픔 녹여내

신석필 작
신석필 작 '이별의 곡'

올해 96세의 원로화가 신석필 화백이 특별 회고전을 연다. 북한 황해도 해주 사리원 출신인 신 화백은 1951년 1'4후퇴 때 남쪽으로 피란와 대구에 정착한 실향민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뼈저린 이산의 아픔이 녹아 있다.

신 화백은 타고난 '환쟁이'다.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그는 고집을 꺾지 않고 중'고교를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학교인 황해도립 해주미술학교를 졸업한다. 이후 광복의 혼란기이던 1947년 국립평양미술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으나 대학원 설립이 늦어지는 바람에 교수 임용을 기다리던 중 6'25전쟁이 터져 1951년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란왔다. 잠시 머물다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끝내 가지 못했다.

남한에 정착한 그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왕성한 창작 활동기이던 1950, 60년대 그는 전후 피폐한 현실에서 본능적으로 어려운 삶을 지탱해나가는 여인상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그려낸 여인상은 전후 남성들이 비운 가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여성 가장의 현실을 작품에 담은 것으로, 고달픈 상황 속에서 경험한 생존의 치열함과 모성애의 희생정신을 적나라한 인간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 화백은 이처럼 향수의 미학으로 대상을 변형, 왜곡시키면서 그만이 지닌 독특한 내면세계를 표현해내고 있다. 동심이 가득한 내적 시각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에 대한 영원한 향수를 담아 내는가 하면 신비와 환상, 몽환적이고 신화적인 분위기를 띠면서 고요한 정적감이 감도는 신비한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20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신 화백은 자연친화적이고 향토색 짙은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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