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엄마도 자란다

아동학대, 아동살해, 동반자살에 대한 최근의 뉴스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부모와 엄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기 자신만의 생활이 중요하고 경제 사정이 아이의 행복권을 좌지우지하는 사회의 행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 자격증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 본다.

이기적이고 작은 일에 화를 내며 예민해하던 미혼의 나는, 결혼하고 출산을 하고 낮밤 가리지 않고 울어대던 여린 내 아기를 어르고 달래고 수만 번 눈 마주치고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비로소 '엄마'라고 불리게 되었다. 전업주부로 살며 육아만 하던 나는, 세상은 빠른 속도로 저만치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했다. 신문도 열심히 읽으며 사회 변화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이에게 책을 예쁘게 읽어주고 싶어 동화구연을 배우다 아예 동화구연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동네 민간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와 동화구연 자원봉사를 했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놀라운 '시'라는 생각에 동심을 기록하고 싶어 동시를 배웠다. 그리고 등단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가 "엄마는 좋겠다. 공부 안 해도 돼서…"라는 말을 했을 때 등록금도 저렴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했다. 엄마인 나를 엄마로 키운 건 '8할의 바람'이 아니라 내 아이들이었다.

50%를 조금 넘어선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며 정부 여러 관련 부처는 정책적인 대안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성 인재들의 경제 활동을 독려해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장 시기의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받으며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 것은 좋은 보육정책이나 사회복지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몇 배의 사회 발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사회활동과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 나름의 위치에서 지역 여성회, 봉사, 학모회, 평생교육원, 생활예술동아리, 생활체육 동호회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의 꿈나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사회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시기에 전업주부를 자처한 여성들을 사회와 정부가 응원해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불리는 전업주부들이 훌륭한 엄마와 여성으로 한 뼘 더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이의 몸이 자란 만큼 여성은 어른으로, 엄마로, 한 인간으로 성숙한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도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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